가오나시(顔無し) (from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가오나시는,
2001년에 나온 지브리 애니메이션.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등장하는 캐릭터다.
상당히 직관적인 디자인과 이름을 가진 캐릭터다.
무표정한 가면에 반쯤 투명한, 형태조차 명확치 않은 신체
그 이름이 '가오나시'
가오나시는 우리말로 하면 얼굴없음 이라고 할까나...
이 작품에서 가오나시는 곧 이름이 없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또한, 가오나시는 본인을 가오나시로 소개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들릴듯 말듯 '아, 아-' 하는 목소리는 마치 쑥스럼을 타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모르는 목소리 같이 들리기도 한다.
오늘은 가오나시에 대해 한번 살펴보자.
센의 주위를 멤돌며 지켜보던 가오나시에게
센이 작은 호의를 베풀게 되고...
가오나시는 목욕물 팻말을 훔쳐 센에게 보답을 하고자 하지만, 불필요한 물질적 선물을 센은 거절한다.
목욕물 팻말이 난처한 센을 구하기는 했지만, 센에게 훔친 물건은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물을 뒤집어쓴 강의 신 에피소드에서도 가오나시가 준 팻말로 상황을 극복하지만 가오나시와 센의 관계가 발전된 것은 아니었다.
강의 신 에피소드 이후, 사금에 열광하는 대중들을 관찰한 가오나시는
야밤에 몰래 사금을 줏으러 나온 개구리 귀신을 사금으로 유혹해 집어삼킨다.
그렇게 가오나시는 목소리를 얻게 되는데,
사금이 가져다준 금품의 권력 맛을 알게 되어 목욕장의 모두를 깨우고 진수성찬을 요구하는 지경에 이른다.
끝없이 집어삼켜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를 느꼈는지
아니면 커진 마음 속의 공허와 같이 몸집도 불어난건지...
사금만 주면 (겉으로만) 복종했던 모두와는 달리 센의 마음은 금품 같은 것으로는 움직일 수 없었기에,
센에게 두번째 거절당하고 만다.
이제 아주 괴물로 변해버린 가오나시는 온천의 귀신들을 집어삼키기 시작한다.
가오나시의 사금 세례에 온천 주인인 유바바까지 나서서 센을 가오나시 앞에 대령시키는데...
이미 하쿠와 부모님의 생사가 최대 관심사였던 센에게 가오나시의 마음을 받아 줄 여유는 없었다.
세번째 마저 거절 당한 뒤, 센이 묻는 일상적인 질문 세례에 대답할 수 없었던 가오나시는 몹시 괴로워(=외로워) 한다.
질문이라고 해봤자, 집이 어디냐, 가족은 어디있냐 같은 질문이지만 가오나시에게 돌아갈 집 같은 게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센이 참 짖궂은건지....ㅋㅋㅋ
(이 부분은 일상적인 것들을 - 집, 가족 - 소중히 여기지 않고 헛된 것에 몰두하는 오타쿠 세대들에게 하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질타 같은 걸로 보여진다)
오히려 센은 가오나시에게 '강의신'에게 답례로 받은 특효약(성능불명)을 조금 떼어먹이게 되고,
가오나시는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며 폭주한다.
그 과정에서 그 동안 삼켰던 모든 것을 다시 토해내는데...
마지막 개구리 귀신까지 토해버린 가오나시는
본인의 이름에 어울리는 본 모습으로 다시 돌아와버린다.
본래 모습으로 돌아온 가오나시는 센이 떠나는 여행에 얌전히 동행한다.
가오나시가 왜 유바바의 쌍둥이 언니인 제니바의 곁에 남게된지는 모르겠는데,
목욕장 안에 있어서 저렇게 변한 것 같다는 센의 말로 미루어 짐작하자면, 정체성이 굳어지지 않은 가오나시가 세속에 물들어 끔찍한 자아를 갖게 되는 것을 경계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괴물이 된 가오나시가 보여준 모습은 가오나시가 삼켜버린 귀신들의 탐욕이 겉으로 나타난 것일지도 모른다.
가오나시가 목소리를 내는 순간에도 그것은 본인의 목소리가 아니라 타인의 목소리였잖은가...
제니바와 함께 함으로써 가오나시에게도 가족이 생긴 것이라고 하지만, 그 개연성은 약간 부족하게 느껴진다.
센을 향하던 타겟팅이 고스란히 제니바에게 옮아가는 공감대가 없다는 건데,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상황에 가오나시 이야기는 대충 이정도로 마무리 하자는 걸로도 보인다.
다만, 모든 사건의 해결의 실마리를 가진 제니바를 통해서 유바바가 가져온 문제들이 해결된다는 측면에서는 일관성이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평소에도 오타쿠들을 약간 혐오(?)하는 발언들을 종종 하곤 했다.
(물론 혐오해서 이렇게 표현했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타쿠들이 세상을 관찰하지 않는 점을 지적한 적도 있다.
아마, 미야자키 하야오는 젊은 오타쿠 세대들을 그렇게 바라본 것 같다.
자기 정체성을 가지지 못 해 얼굴도 이름도 없는 존재.
사람들의 관심을 갈구하지만 채우지 못 하는 공허를 가진 채, 욕망을 채우려 하면 할수록 더 커지는 마음 속 공허.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방법을 모르고
상대방의 마음을 어떻게 얻으면 좋을지 몰라
안절부절 못 하는 존재.
끊임없이 외로워 하는 존재.
그것이 마음 속 깊이 외로움을 감춘 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아닐까...
덤.
8비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