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적인 Zootopia
[프리앰프] 톡반 Tokban(Berlasse) RS-6 진공관 업그레이드하기 본문
0. 들어가며
필자는 원래 진공관 오디오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진공관 앰프는 가성비와 거리가 멀고 관리도 번거로울 거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그런데 우연히 Tokban RS-6이라는 진공관 프리앰프를 알게 되었다.
거실 오디오 시스템에 재미 삼아 추가해 볼까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가격이 저렴했고, 디자인도 진공관이 겉으로 많이 드러나지 않아 마음에 들었다.
결국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할인 행사에 약 210달러 정도에 RS-6을 구매했다.
직접 써보니 처음 인상은 꽤 충격적이었다.
“이 가격에 이런 소리가 나온다고?” 싶어서, 순간적으로 하나 더 사서 예비용으로 쟁여 둘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지금은 진정하고 업그레이드 진공관을 장착하는 선에서 만족하고 있다...ㅎㅎ)
RS-6를 들이면서 기존에 갖고 있던 거실 오디오 시스템에 큰 변화가 생겼다.
내 시스템은 현재 DAC로 Gustard R26 R2R DAC와 Aune XC1(9V 리니어 전원 장착)을 사용하고, 스트리머로 WiiM Pro를 통해 음악을 입력한다.
프리앰프 역할을 RS-6가 맡고 있고, 파워앰프는 TransAudio D9 Pro Master Edition(유명 하이엔드인 DarTZeel NHB-108을 본뜬 고출력 앰프)으로 JBL 4312G Ghost Edition 스피커를 구동한다.
스피커 케이블은 Oehlbach Twin Mix Two를 사용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RS-6의 기본 구성 진공관과 업그레이드 구성 진공관의 차이를 기능적·음향적 측면에서 상세히 분석하고, 이러한 변화가 전체 시스템 사운드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필자의 청감 경험을 바탕으로 써보고자 한다.
1. Tokban RS-6의 기본 진공관 구성
RS-6 프리앰프에는 총 6개의 진공관이 사용된다. 기본 출고 상태의 진공관 구성은 아래와 같다.
- 6Z4 정류관 – 중국 슈광(Shuguang) 6Z4 (1개): 전원부의 고압을 교류에서 직류로 변환하는 정류관이다. RS-6의 심장과 같은 역할로, 전원의 품질을 좌우한다.
- 6N1 이중 삼극관 – 중국 베이징 6N1 (1개): 두 개의 삼극관이 한 병에 들어있는 듀얼 트라이오드로, 톤 컨트롤 회로 또는 초기 증폭 단계에 쓰이는 것으로 보인다. 중역대 처리를 담당하며, 좌우 채널에 각각 한 섹션씩 할당되어 입력 신호를 증폭하거나 버퍼링 한다.
- 6J9 오극관 – 중국 베이징 6J9 (2개): 각 채널당 하나씩 쓰이는 고주파 증폭용 펜토드관이다. 프리앰프 내에서 증폭관 역할을 하여 신호의 이득을 크게 높여주는 단계로 추정된다. 기본관인 6J9는 높은 증폭도를 제공하지만, 소련제 등의 대체품에 비해 음질 면에서 개선의 여지가 있다.
- 8532 삼극관 – 미국 Sylvania 8532 (2개): 각 채널 드라이브관으로 사용되는 7핀 소형 삼극관이다. 출력단에 배치되어 증폭된 신호를 파워앰프 입력으로 힘 있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8532는 흔히 볼 수 있는 관번호는 아니라서 대체 가능한 다른 관을 찾기 어렵지만, 음색적으로 매우 중요한 최종 출력단계다.
RS-6의 기본 튜브 조합으로 들었을 때 사운드의 첫 느낌은 “역시 진공관이다!” 싶었다.
음악을 재생하니 전반적으로 힘이 넘치고 잔향과 배음이 풍부하게 흘러나왔다.
진공관 특유의 포근한 울림과 윤기가 더해져, 평소 듣던 음원들이 한결 감성적이고 입체적인 느낌으로 다가왔다.
톤 컨트롤을 Bypass(우회) 하지 않고 기본 상태로 들었을 때는 저음/중음/고음의 밸런스가 살짝 치우쳐 있는 듯해서, 필자는 약간의 조정을 가해주었다.
(RS-6 전면에는 Treble/Mid/Bass 3 밴드 톤 조절 노브와 Tone On/Off 버튼이 있는데, 기본 세팅에서는 고역이 다소 두드러져 들려 필자는 고역을 약간 낮추고 미드와 베이스를 살짝 보강했다.)
이런 조정을 거치니 거실을 가득 채우는 사운드가 한층 듣기 편해졌고, 볼륨을 크게 올려도 음악이 풍성하게 퍼지는 느낌이 만족스러웠다.
다만 기본 구성의 RS-6에는 몇 가지 아쉬움도 있었다.
기능적인 측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노이즈와 볼륨 제어 부분이다.
먼저, 볼륨 가변 범위가 너무 광범위한 탓인지 소리 크기가 '5배 증폭'된다는 스펙 그대로 출력이 매우 세다.
일반적인 DAC 출력(예: 2V RCA)을 넣으면 볼륨 노브를 9시 방향도 채 올리기 전에 충분한 음량이 나온다.
그래서 미세한 음량으로 들을 때는 좌우 밸런스가 살짝 틀어지는 등, 볼륨 조절이 예민했다.
리모컨으로도 볼륨 조절이 가능하지만 한 번에 휙휙 변해서, 필자는 섬세한 조정이 필요할 때는 직접 손으로 살살 돌렸다.
그리고 노이즈 면에서, 초기 기본관들로는 고역에서 희미한 히스 노이즈가 느껴졌다.
음악이 재생되지 않을 때 스피커 트위터에 귀를 가까이 대보면, 작은 쉭쉭거림이 들렸는데 완전히 무시할 수준은 아니었다.
특히 감도가 높은 JBL 모니터 스피커와 연결하니 이 노이즈가 더 부각되었다.
이런 이유들로, RS-6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진공관 업그레이드(일명 “관 갈이”)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섰다.
기본 제공된 중국산 관들은 성능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더 나은 대체관으로 바꾸면 노이즈를 줄이고 음질을 향상시킬 여지가 충분해 보였다.
특히 겉으로 보기에 품질이 떨어져 보이던 6Z4 정류관과 6N1관은 많은 사용자들이 바로 교체를 권하고 있었다.
다행히 RS-6는 흔한 관들로 구성되어 있어 호환 가능한 대체 진공관 옵션이 다양했다.
2. 진공관 업그레이드로 얻은 변화
필자는 여러 가지 대체 진공관을 구해서 RS-6의 튜브를 하나씩 교체해 보았다.
업그레이드된 관 구성은 다음과 같다. (괄호 안에 교체한 모델과 브랜드를 표기)
- 6Z4 정류관 → Mullard EZ90 (영국 Mullard): 영국제 Mullard EZ90은 6Z4와 핀 호환되는 소형 정류 진공관이다. 기본 슈광 6Z4에 비해 내부 구조와 제조 품질이 뛰어나 전원 공급을 더 안정적으로 해준다. 교체 후 가장 먼저 느낀 변화는 배경 노이즈의 감소와 음장 배경의 정숙함이다. 음악 재생 중 정류관이 전류를 더욱 매끄럽게 공급해 주는 덕분인지, 무대 배경이 한층 깨끗해지고 미세한 잔향 표현이 섬세해졌다. 또한 저역의 응집력과 탄탄함이 좋아졌는데, 이는 전원 임피던스 감소로 저음의 구동력이 향상된 효과로 생각된다. 기본 6Z4에서는 약간 느슨하게 퍼지던 베이스가 Mullard 정류관으로 바꾸니 단단하고 밀도 있게 잡혔다.
- 6N1 이중3극관 → 러시아제 Svetlana 6N1P-EV: 6N1의 대안으로 필자는 구 소련제 6Н1П-EB(Svetlana 6N1P-EV) 관을 구했다. (서방식 명칭으로는 ECC85와 유사한 특성의 관이다.) 이 러시아제 듀얼 triode는 내구성과 저 노이즈 특성이 좋아 군용으로도 쓰이던 제품이다. 베이징 6N1을 Svetlana 6N1P로 교체하고 보니 중고역 해상도와 투명도가 소폭 개선되었다. 보컬이나 현악기의 질감 표현이 보다 정교해지고, 소리의 입자가 곱게 갈린 듯한 느낌을 받았다. 기본 6N1에서는 약간 거친 결이 남아 있었는데, 대체관으로 바꾸니 고역이 한결 깨끗해지고 시원스런 음색이 되었다. 음색 성향 면에서는 Svetlana 관이 중립적이며 담백한 편이라, 원래 RS-6가 갖고 있던 따스한 성향과 잘 맞아떨어져 과도한 색칠 없이 음악에 투명도를 더해주었다.
- 6J9 펜토드 → 소련제 6Ж9n-E (Voskhod 6Zh9NE): 6J9은 서방 명으로 **EF184(또는 6688)**에 해당하는 고이득 5극관이다. 필자는 러시아 Voskhod 공장에서 생산된 군용 6Ж9n-E 관으로 두 개의 6J9을 모두 교체했다. 처음 이 소련제 6Zh9n-E를 꽂고 음악을 틀었을 때는 솔직히 조금 당황했다. 소리가 갑자기 힘이 빠지고 건조해진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마치 진공관 프리앰프가 아닌 TR(트랜지스터) 앰프 소리를 듣는 듯이, 윤기와 풍미가 확 줄어들고 밋밋하게 느껴졌다. 한동안은 “어, 이거 실수했나?” 싶었지만 일단 계속 재생해 두고 관을 에이징 시켜 보았다. 다행히 몇 시간, 며칠에 걸쳐 소리가 조금씩 풀리더니 서서히 안정감을 찾아갔다. 에이징 후의 6Zh9n-E는 처음의 싸구려 같은 소리와 달리, 기본 6J9 대비 낮은 노이즈 바닥과 균형 잡힌 톤을 들려주었다. 특히 고역의 거칠음 없이 부드럽고, 중역 밀도는 유지하면서도 저역은 단정하게 컨트롤되는 느낌이라서 결과적으로 정교하고도 음악적인 사운드를 얻었다. 한 가지 기대했던 것은 이 관으로 바꾸면 증폭도가 조금 낮아져 볼륨 조절이 여유로워지지 않을까 한 것이었는데, 실제 써보니 증폭도 차이는 크지 않아서 볼륨 노브 9시 이상의 활용도는 여전히 제한적이었다(괜히 헛된 기대를 했다 싶었다... 😅).
- 8532 드라이브 3극관 → Philips JAN 8532: 8532는 앞서 말했듯이 대체할 호환관을 찾기 어려운 타입이라, 같은 8532 관이라도 더 나은 제조사 제품으로 교체하는 방법을 택했다. RS-6에 기본 장착된 8532는 미국 Sylvania(실바니아) 제품이었는데, 필자의 경우 이 기본관들에서 발생하는 히스 노이즈가 가장 문제였다. 마침 운 좋게도 미군 대응품인 Philips사 JAN(군용 규격) 8532 NOS 관을 구하여 교체했다. 바꿔 끼운 직후 아무 소리도 안 나오는 상태에서 스피커에 귀를 갖다 대보니, 놀랍게도 거슬리던 슥슥거리던 고역 노이즈가 거의 사라진 것이 확인됐다. 역시 진공관 품질에 따라 노이즈 편차가 상당하구나 느끼며 안심했다. 소리 면에서도 변화가 있었는데, 기본 Sylvania 관이 약간 예민하고 밝은 느낌을 주던 것에 비해 Philips JAN 관은 차분하고 안정된 소리를 내준다. 고음역의 섬세한 디테일 표현력이 향상되어, 작은 숨소리나 잔향도 깨끗하게 부상하고, 전반적인 음조가 약간 더 온화해졌다. 마이크로포닉(진공관 미세미동에 따른 울림) 현상도 줄어들어서, 볼륨을 올렸을 때 발생하던 약간의 잉~ 하는 미세한 관 울림도 거의 느낄 수 없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RS-6의 모든 진공관을 가능한 최선의 조합으로 업그레이드해 보았다.
기능적인 측면에서 눈에 띄는 개선은 노이즈 플로어의 극적인 감소다.
특히 8532 드라이브관 교체의 효과로, 이제는 스피커를 귀에 가져다 대도 정숙함을 느낄 만큼 배경 노이즈가 줄었다.
이 덕분에 작은 볼륨에서도 음악의 미세한 디테일이 묻히지 않고 살아나며, 음량을 높여도 예전처럼 치찰음 위주의 거슬림이 없다.
또한 심리적 만족감도 크다.
이전에는 진공관 노이즈에 민감해져서 곡 사이의 정적에서 “슈우욱” 하는 소리가 들리면 괜히 신경이 쓰였는데, 이제는 디지털 장비 수준까진 아니어도 상당히 깨끗한 배경이라 마음이 놓인다.
음향적인 측면의 변화도 확연했다.
업그레이드 전에는 RS-6 특유의 짙은 색채가 있었다.
풍부한 배음과 번들거리는 윤택함으로 음악을 맛깔나게 해주는 대신, 약간은 소리가 붕붕 뜨거나 뭉개지는 부분도 있었다.
예를 들어, 현악 사중주를 들으면 화사하긴 한데 음들 사이 경계가 약간 흐릿하게 흩어지는 인상이었다.
그러나 업그레이드 후에는 해상도와 선명도가 눈에 띄게 올라갔다.
각 악기의 질감과 위치가 더욱 명확히 그려지고, 소리의 입자 하나하나가 또렷하게 분리된다.
그렇다고 해서 진공관 특유의 낭만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배경이 깨끗해지고 대역 밸런스가 안정되면서 ‘좋은 진공관 사운드’가 무엇인지 제대로 맛볼 수 있게 되었다.
업그레이드된 RS-6는 여전히 따뜻하고 풍부한 음조를 유지하지만, 불필요한 착색이나 탁함 없이 정밀함과 음악적 감미로움의 균형을 잡아준다.
음장감도 개선되었다고 느끼는데, 좌우 스테레오 이미지가 더 정확히 맺히고 무대의 깊이가 깊어졌다.
이는 아마 노이즈 저감과 양 채널관의 품질 향상으로 좌우 매칭이 좋아진 덕분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업그레이드 튜브 구성의 RS-6는 기본 구성에 비해 한층 하이파이적인 성능을 보여주면서도, 우리가 진공관에 기대하는 윤기와 온기는 잘 간직한 이상적인 프리앰프로 거듭났다.
3. RS-6의 오피앰프 업그레이드 – 사운드의 결정적인 변화
진공관과 더불어 RS-6 프리앰프의 사운드를 좌우하는 또 다른 핵심은 바로 오피앰프(Op-amp) 다.
기본 장착된 JRC의 NE5532는 많은 오디오 기기에서 널리 사용되는 전통적인 오피앰프로, 균형 잡힌 중립적인 사운드가 특징이다.
나쁘게 말하면 조금은 교과서적인 소리인데, 자극적이지 않고 편안한 톤을 들려주지만 강렬한 개성이나 깊은 감성을 전달하는 데는 약간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점에서 필자는 좀 더 매력적인 사운드를 얻기 위해 오피앰프를 Burson Audio의 V7 Classic으로 업그레이드했다.
Burson V7 Classic은 디스크리트(discrete) 방식으로 제작된 프리미엄 오피앰프이며, NE5532에 비해 해상력이 한층 개선되면서도 전반적으로 따뜻하고 진한 톤을 제공한다.
특히 중역의 밀도감과 매끄러운 질감이 개선되고 고역의 디테일과 투명도 역시 눈에 띄게 향상된다.
RS-6에 두 개의 V7 Classic 오피앰프를 장착한 결과, 음악적 표현력이 확장되면서 소리의 입체감과 공간감이 확연히 살아났다.
예컨대 Fleetwood Mac의 『Dreams』에서는 스티비 닉스의 보컬이 무대 위에서 한 발자국 더 앞으로 나와 귀를 속삭이듯 감싸고, Men I Trust의 『Lauren』에선 베이스의 미묘한 뉘앙스와 공간의 깊이를 섬세하게 묘사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다만 V7 Classic의 높은 해상력은 곧 시스템 전체 밸런스를 재조정해야 할 수도 있다는 걸 의미한다.
진공관과의 조합에 따라 소리가 지나치게 선명하거나 강해질 경우 EQ 설정을 약간씩 조절해서 균형을 맞춰주는 것이 중요하다.
Burson Audio V7 Classic 오피앰프는 분명 RS-6 프리앰프의 음악성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훌륭한 선택이며, 단순히 교과서적인 소리를 넘어, 더 풍부하고 개성 넘치는 음악적 경험을 원하는 오디오파일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업그레이드다.
4. 나머지 시스템 구성과 시너지
업그레이드된 RS-6 프리앰프는 단독으로도 큰 개선을 이루었지만, 결국 소리는 시스템 전체의 조합에서 완성된다.
필자의 나머지 오디오 구성요소들과 RS-6의 시너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소스 & DAC – Gustard R26와 Aune XC1: 필자는 주로 Gustard R26 R-2R DAC를 사용하고, 보조적으로 Aune XC1을 운영하고 있다.
Gustard R26는 래더 DAC 특유의 아날로그적인 부드러움과 풍부한 다이내믹스가 장점인 기기다.
RS-6 프리앰프와 R26의 조합은 한마디로 찰떡궁합이었다.
R26로부터 나오는 자연스럽고 입체적인 소스 신호가 RS-6의 진공관을 통과하며 한층 생동감 있게 증폭되니, 음악에 온기와 깊이가 더해졌다.
R26의 높은 해상도 덕분에 업그레이드된 RS-6의 세밀한 표현력이 빛을 발하고, 반대로 RS-6의 약간의 배음 덕에 R26의 소리가 지나치게 분석적으로 느껴지지 않고 귀에 편한 톤으로 들린다.
참고로 R26에는 외부 10MHz 마스터 클럭 입력 기능이 있어, 필자는 Aune사의 XC1 외장 클럭 장치를 9V 리니어 전원과 함께 사용 중이다.
이 외장 클럭을 활용하니 R26의 시간축 정밀도가 올라가 미세한 소리의 윤곽이 더 뚜렷해졌고, RS-6는 그런 개선된 소스의 품질을 충실히 증폭해 준다.
한편 Aune XC1 (내장 DAC 기능도 있지만 필자는 주로 클럭 용도로 사용)은 R26 대비 음색이 약간 얇고 밝은 편인데, RS-6을 거치면 그 날카로움이 부드러워져서 듣기 좋아진다.
요약하면, RS-6 프리앰프는 소스 기기의 차이를 투명하게 드러내 줄 정도로 해상력이 있으면서도, 동시에 각 소스에서 오는 신호를 음악적으로 맛깔나게 버무려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스트리머 – WiiM Pro: 저렴한 가격대의 Wiim Pro 네트워크 스트리머는 Tidal, Spotify 등의 스트리밍 소스를 R26 DAC에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한다.
Wiim Pro 자체는 콤팩트한 기기이지만 광출력 또는 코엑셜 SPDIF로 디지털 신호를 깨끗하게 뽑아준다.
RS-6 업그레이드 이전에는 스트리머 소스 재생 시 고음이 살짝 거칠게 느껴질 때가 있었는데, 업그레이드 이후로는 그런 디지털스러움이 많이 상쇄되었다.
진공관 프리앰프가 디지털 소스의 차가움을 살짝 덥혀주는 완충지 역할을 해주는 덕분이다.
Wiim Pro의 편의성과 RS-6의 음색 보완 능력이 만나, 스마트폰으로 간편히 재생하는 음악도 은은한 진공관 온기를 입혀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스트리머 + DAC + RS-6로 이어지는 경로에서는 클럭 싱크나 지터 영향도 무시 못하는데, 앞서 언급한 Aune XC1 클럭을 동원해 시스템 전체의 타이밍을 잡아주니, 저렴한 스트리머에서 오는 신호라도 음상이 흐트러지지 않고 안정감 있게 재현된다.
이는 RS-6 혼자만의功은 아니지만, 적어도 RS-6가 시스템의 병목이 되지 않고 투명한 증폭을 해주고 있다는 증거라고 하겠다.
파워앰프 – TransAudio D9 Pro Master Edition: RS-6에서 증폭된 신호는 TransAudio사의 D9 Pro Master Edition 파워앰프로 보내진다.
이 파워앰프는 유명 하이엔드 앰프인 다즐(DartZeel) NHB-108의 회로 철학을 본뜬 일종의 복각 모델인데, 8Ω에서 150W의 충분한 출력을 내주며 제법 고급 부품으로 업그레이드된 Master Edition 버전이다.
D9 파워앰프 자체는 정밀하고도 힘있는 소리를 들려주는 것이 특징이다.
직접 들어보니 클래스 AB 증폭기 특유의 단단한 저음 제어력과 빠른 속도감이 일품이었고, 음색은 비교적 중립적이면서 살짝 온기가 도는 쪽이라 장시간 들어도 피로감이 적었다.
RS-6 프리앰프와 D9 파워의 조합은 서로의 장점을 극대화시켜 주었다.
우선 RS-6을 통해 증폭된 신호는 진공관의 배음 풍부함을 머금고 있어서 D9의 힘 있고 정확한 증폭과 만나면, 딱딱하게 들릴 수 있는 부분이 부드럽게 윤활되는 느낌이다.
D9 혼자만 쓰면 다소 평평하게 들릴 수 있는 곡도 RS-6를 통하면 입체감과 화사함이 살아나는 것이다.
반대로 D9은 RS-6가 만들어낸 따스한 소리를 스피커에 실어 보내줄 때 빈틈없는 구동력으로 받쳐준다.
예를 들어, 큰 합주곡에서 RS-6가 그려낸 광대한 공간감을 D9가 왜곡 없이 증폭해 주니, 조그만 트랜지스터 앰프로는 부족했던 스케일과 다이내믹이 충분히 확보되었다. 또한 이 조합 덕분에 스피커의 특성을 제어하기도 수월해졌다.
필자가 쓰는 JBL 4312G의 경우 트위터 레벨을 조절하는 노브가 있는데, 예전엔 고음이 쏘는 걸 막으려고 -1dB 정도 낮춰두곤 했다.
그러나 RS-6에 업그레이드관을 물리고 D9으로 울려보니 고역이 낭랑하면서도 자극적이지 않아, 현재는 그 노브를 0dB(플랫) 위치로 되돌려놓고 듣는다.
진공관 프리 + 탄탄한 파워앰프의 구성으로 톤 밸런스가 개선되어, 이제는 별다른 감쇄 없이도 편안하고 균형 잡힌 음을 내어주는 것이다.
다만 한 가지, RS-6의 증폭도가 워낙 높다 보니 D9와 연결 시 앰프의 최대 출력을 금방 끌어낼 수 있으므로 볼륨 조절에 유의해야 한다.
과도한 볼륨으로 돌리면 D9의 VU 미터가 금세 치솟을 정도로 RS-6가 강력한 신호를 보내주니, 조심스럽게 올리면서 최적점을 찾는 게 좋다. 적절한 볼륨 세팅만 지키면 RS-6 + D9 조합은 저음의 펀치력, 중음의 두께, 고음의 개방감 모두를 만족시키는 환상적인 앰프 체인이 된다.
스피커 & 케이블 – JBL 4312G Ghost Edition + Oehlbach Twin Mix Two: 최종적으로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스피커는 JBL 4312G Ghost Edition이다.
4312 시리즈는 전통적인 JBL 모니터 스피커로, 12인치 우퍼와 3 웨이 구성에서 나오는 펀치 있는 저음과 존재감 있는 중역, 강렬한 고역 재생이 특징이다.
Ghost Edition은 흰색 우드 캐비닛 마감의 한정판이지만 사운드 스펙은 일반 4312G와 동일하다.
이 스피커는 솔직하고 직진성 강한 모니터 성향이라, 소스나 앰프의 품질을 여과 없이 드러내준다.
RS-6 프리앰프를 투입한 이후 JBL이 들려주는 소리는 확실히 결이 부드러워지고 입체감이 강화되었다.
예를 들어, 업그레이드 전에는 보컬 녹음이 약간 거칠게 느껴졌던 곡도 이제는 목소리의 촉감이 매끄럽고 자연스러워졌다.
진공관 특유의 온화한 배음이 JBL의 직설적인 고역을 적절히 감싸주어, 듣기 편안한 고음이 되었다. 그렇다고 모니터 스피커의 장점인 디테일이 죽은 것도 아니다.
오히려 RS-6을 거치면서 미세한 소리들이 배경 노이즈 없이 부각되어 해상도 높은 모니터링이 가능해졌다.
업그레이드된 RS-6의 투명도가 높기 때문에 녹음의 작은 떨림이나 리버브까지 JBL로 정확히 전달되며, D9 파워앰프의 드라이브 능력 덕분에 저음은 빈틈없이 단단하고 깊숙이 내려간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4312G의 장점인 리듬감과 다이내믹이 최대한 살아나길 원했는데, RS-6 + D9 앰프 체인은 그 기대를 충족시켰다.
드럼 킥의 임팩트나 베이스 라인의 그루브가 아주 잘 느껴져 음악에 몸이 저절로 반응하게 된다.
케이블은 독일 Oehlbach사의 Twin Mix Two 스피커 케이블을 사용하는데, 동선과 은도금선이 혼합된 구조로 알려져 있다.
솔직히 케이블로 인한 극적인 음색 변화를 기대하진 않았지만, 이 케이블은 적어도 JBL 특유의 선명함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약간의 윤기와 안정감을 더해주는 것 같다.
고역이 과도하게 날카롭지 않고, 중저역은 탄탄히 받쳐주는 밸런스형 케이블이라 전체 시스템 톤을 잘 맞춰준다.
RS-6 프리앰프의 업그레이드 효과가 극대화되려면 마지막 구간인 스피커와의 연결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Oehlbach 케이블은 준수한 전송 품질로 RS-6와 D9이 만들어낸 신호를 손실 없이 JBL에 전달해주고 있다.
종합해 보면, 소스 → RS-6 프리앰프 → D9 파워앰프 → JBL 스피커에 이르는 필자의 거실 시스템 각 요소들은 서로 시너지를 이루며, RS-6는 그 중심에서 음의 조율자 역할을 멋지게 수행하고 있다.
0. 결론 – 음악으로 확인한 전체 시스템 사운드
업그레이드된 RS-6 프리앰프와 시스템 조합의 진가를 확인하기 위해, 필자는 즐겨 듣는 몇 가지 곡들을 통해 최종적인 음질 평가를 해보았다.
개인적으로 애정하는 다양한 장르의 트랙들을 선정하여 들어본 결과, 시스템의 전반적인 사운드 특성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었다:
- Joni Mitchell – 「Both Sides Now」: 조니 미첼의 원숙한 보컬과 오케스트레이션이 돋보이는 이 곡을 재생하니, 한층 따뜻하고 풍부한 사운드 스테이지가 펼쳐졌다. 필자의 시스템은 조니 미첼의 음성을 마치 눈앞에서 속삭이는 듯 생생하게 그려냈다. RS-6 프리앰프를 통과한 보컬은 살짝 윤기가 돌면서도 숨소리 하나하나까지 명료했고, 현악기와 관악기로 이루어진 반주에서는 각 악기의 질감이 섬세하게 살아났다. 특히 곡 후반부에 오케스트라가 격정적으로 고조될 때, 진공관 특유의 하모닉스 덕에 음들이 서로 부드럽게 어울리며 풍성한 울림을 만들었다. 동시에 TransAudio D9 파워앰프의 강력한 드라이브로 대편성의 다이내믹도 시원시원하게 펼쳐져, 마치 공연장 객석에 앉아 듣는 듯한 감동을 받았다.
- Men I Trust – 「Lauren」: 몽환적 분위기의 인디 밴드 Men I Trust의 연주곡 "Lauren"을 틀어보면, 도입부의 베이스 리프와 드럼 비트가 탄력 있게 튀어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4312G 스피커에서 나오는 저음은 RS-6와 D9의 조합 덕분에 뚜렷한 윤곽과 그루브를 가지고 있었다. 베이스 기타의 따뜻한 잔향과 드럼 킥의 단단한 타격감이 조화를 이루며 발걸음을 따라 리듬을 타게 만든다. 중반부에 등장하는 신시사이저와 기타 멜로디는 공간을 부유하듯 퍼지는데, 여기서 RS-6 프리앰프의 공간 표현력이 빛을 발했다. 사운드가 좌우 스피커를 넘어 주변으로 둥글게 펼쳐지는 느낌이었고, 악기들의 레이어가 서로 겹치지 않고 층층이 쌓여 입체적으로 들렸다. 이 곡에서 시스템은 밸런스의 미덕을 보여주었는데, 어느 한 대역도 튀지 않고 부드럽게 연결되면서도 각 파트의 리듬과 멜로디가 또렷하게 부각되어, 귀를 즐겁게 해주었다.
- Fleetwood Mac – 「Dreams」: 70년대 록 녹음인 Fleetwood Mac의 "Dreams"는 담백한 프로덕션 속에 보컬과 악기가 잘 어우러진 곡이다. RS-6 기반 시스템으로 들어본 "Dreams"는 원곡의 매력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디테일을 업그레이드시켜 주었다. Stevie Nicks의 보컬은 중역대에 촉촉한 살집이 붙어 더욱 매력적으로 들리고, 배경에서 작게 깔리는 Lindsey Buckingham의 기타 스트로크와 미성 코러스도 명료하게 들린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곡 전반을 이끄는 Mick Fleetwood의 킥드럼과 존 맥비의 베이스 라인이었다. RS-6 + D9 조합은 이 리듬 섹션을 힘 있고 정확하게 재현해 주어, 4312G 스피커의 우퍼가 마치 현악기처럼 탄탄하게 박자를 찍어냈다. 덕분에 음악의 흐름과 그루브가 한층 강조되어, 익숙한 올드 팝송이지만 지루함 없이 끝까지 몰입해서 감상할 수 있었다. 또한 곡 후반부에 등장하는 희미한 퍼커션 소리와 보컬 에코의 잔향 등, 그동안 그냥 지나쳤던 배경 요소들까지 이번에는 귀에 들어온 것을 보고, 시스템의 해상도 향상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 Los Retros – 「Moon Ride」: 신예 아티스트 Los Retros의 "Moon Ride"는 레트로 감성이 물씬 나는 미드템포 곡으로, 부드러운 남성 보컬과 펑키한 악기 구성이 특징이다. 이 곡에서 필자의 시스템은 복고적인 녹음 톤을 아주 그럴싸하게 재현해 주었다. 먼저 보컬의 잔향과 코러스 효과가 RS-6 프리앰프를 통해 한층 몽환적으로 부각되었다. 보컬이 공간에 퍼져 나가며 사방에 잔향이 감도는 느낌이 일품인데, 진공관의 배음이 더해져 그 울림이 입체적이고 달콤하게 느껴진다. 백업으로 깔리는 일렉트릭 피아노와 기타 리프는 좌우로 넓게 펼쳐지며 Ghost Edition JBL이 만들어내는 사운드스테이지를 가득 채웠다. 베이스와 드럼은 70년대 소울풍의 둥글고 부드러운 톤인데, RS-6 + D9 조합은 이를 지나치게 타이트하게 만들지 않고 적당히 말랑말랑한 질감을 살려 주었다. 덕분에 곡 전체가 듣기 편안한 빈티지 무드를 유지하면서도, 세부 디테일은 현대적 시스템답게 선명히 표현되는 멋진 균형을 들려주었다. "Moon Ride"를 들으며 필자는 나도 모르게 소파에 몸을 맡긴 채 리드미컬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는데, 이렇듯 시스템이 음악의 분위기와 감정을 제대로 전달해 주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일 것이다.
네 곡에 걸친 시청을 마치고 나니, 업그레이드된 RS-6 프리앰프를 중심으로 한 우리 거실 오디오 시스템의 전반적인 사운드 성향이 분명해졌다.
요약하자면, 이 시스템은 따뜻함과 명료함의 균형을 훌륭하게 이루고 있다.
진공관 프리앰프 특유의 포근하고 인간미 있는 소리 덕분에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음악에 감성을 불어넣어 주며, 동시에 업그레이드된 구성 덕분에 현대 하이파이에 요구되는 해상도와 다이내믹을 갖추고 있다.
저음은 묵직하면서도 탄력 있고, 중역은 두툼하면서도 섬세하며, 고역은 개방적이지만 과하지 않게 매끄럽다.
각 구성 요소 간의 시너지 역시 만족스러워서, DAC의 특성과 녹음의 품질 차이를 구별해 줄 정도로 정직한 모니터링 능력도 보여주지만, 그 소리를 듣기 좋게 윤색해 주는 아날로그적인 매력도 함께 선사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경험을 통해 필자는 진공관 오디오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예전엔 진공관 기기는 다루기 번거롭고 값비싼 취미라고만 여겼는데, Tokban RS-6 같은 가성비 좋은 프리앰프와 적절한 튜브 업그레이드만으로도 충분히 멋진 소리를 낼 수 있었다.
물론 이렇게 하나둘 관을 바꿔가다 보면 끝없는 튜브질에 빠질 위험이 있지만(농담 반 진담 반...), 지금 수준에서도 이미 대만족이다.
앞으로도 이 시스템으로 다양한 음악을 들으며 일상의 소리를 풍요롭게 채색해 나갈 생각이다.
귀를 즐겁게 해주는 음악과 함께한다는 것은 역시나 멋진 일이다.
RS-6와 함께하는 요즘 우리 거실에는 Both Sides Now의 가사처럼 예전보다 더 다채롭고 풍성한 "음악의 구름"이 떠다니고 있는 듯하다.
이제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소파에 앉아, 눈을 감고 음악 속에 흠뻑 취해본다.
이 정도면 됐다. 이게 내가 꿈꾸던 그 사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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