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적인 Zootopia
서브 컬처에 대한 생각 본문
나는 대중음악이라는 것을 처음부터 인디음악으로 접했고
(사실은 유년기에 80년대 대중가요부터 접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소방차, 조용필, 최성수, 이재성 같은 당대 유행가를 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들었다.)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니지만 당시 내 또래 사이의 주류문화였던 서태지와 아이들이나 HOT에 열광하는 아이는 아니었다.
당시 나는 델리스파이스, 자우림, 신해철을 순서대로 좋아해나갔고
나중에는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같은 인디 뮤지션을 좋아해서 공연장에도 가고 그랬다.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들은 다 요절했다)
내가 대중가요를 형편없다고 보진 않는다.
내 피에 밴드 스피릿이 흐르는 탓에
드럼, 베이스, 기타가 없으면 버티지 못 하는 상태이상에 걸려버린 탓일 뿐이다.
(그러나 특정 시대의 대중가요 사운드를 들어보면 형편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김풍 때문에 영원히 고통받는 델리스파이스)
실제로 내가 델리스파이스를 처음 접한 것은 힙스터 기질이 강한 친구가 소개해줘서였고, 지금 돌이켜보면 나는 힙스터들의 문화 소비 방식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들의 감각과 자기애가 넘치는 자들일 뿐 이 문화들을 진심으로 좋아한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당시 다양한 인디 뮤직을 들으며, 내 관심은 넓게 퍼져나갔는데
이후로는 퀸이나 레드 제플린 같은 락이 세계를 주름잡던 시절의 세계적 락 밴드 음악이나
스웨이드, 블러, 오아시스 같은 브릿팝
레이저라이트, 더 프리쳐스 같은 영어권 국가의 인디뮤직
요즘은 플리트우드맥이나 다이어 스트레이트 같은 올드 락도 찾아 듣는 중이다.
뭐 굳이 이렇게 나열할 필요는 없고
결론적으로 돌아와서
내가 국내의 인디음악을 좋아하냐 안 좋아하냐 하는 주제로 돌아와서
결국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들이 비주류였을 뿐인거지
내가 비주류인 인디음악을 좋아한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거다.
단지 그들이 거기 있었을 뿐이고
그들이 유명세를 탈만한 요소가 부족했을 뿐...
오히려 내게 인디음악을 좋아하냐고 물으면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대부분의 인디음악이 함량 미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를 만족시킬 수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버스커버스커다 주류문화로부터 내게 전해졌을 때는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밴드 음악은 무조건 비주류라고 생각했던 나였기에....
근데 재밌는건 90년대 이후 약 30년간
인디 뮤지션들도 엄청 발전했다는거...
새소년이나 여러 뮤지션들은 인디음악으로 시작했다고 해도
단번에 주류로 올라설 정도로 대단한 실력들을 가지고 있다.
모든 선배 인디 뮤지션들을 뛰어넘었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그들이 소리, 사운드를 다루는 실력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만화 보기를 즐기는데(애니는 잘 안 본다)
여기서도 비슷한 상황인 것 같다.
다만 조금 다른 점은
'딸이 아니라 나를 좋아한다고?' 이딴 제목을 달고 나오는
만화들이 (체감상) 시장의 90%를 차지할 정도로 쓰레기들만 산처럼 쌓여간다는 느낌이다.
대부분의 경우에 만화로 성공은 하고 싶지만(혹은 밥벌이 정도는 하고싶지만)
뭔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이 일을 한다는 느낌은 부족하다.
그런 이야기들을 보고 있으면 대개 공허함을 느낀다.
최근에 데즈카 오사무의 도로로 라는 작품을 봤는데
아주 오래된 만화임에도 굉장히 심플하면서도 구조적인 짜임새가 좋아서
읽는 것을 멈추기 힘들 정도였다.
(근데 왜 연재 중단한 거냐고...)
후배 만화가들이 무얼 보고 배웠을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었다.
이렇게 되면 나는 아주 소수의 좋은 품질의 작품을 좋아하는거지
딱히 만화를 무분별하게 좋아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뭐 취향은 존중해줘야 한다겠지만
의외로 상당히 많은 다수가 이런 쓰레기 같은 것들을 소비하고 있으니
이런 사태가 벌어지는 거겠지.
그래서 괜찮은 작품을 찾기가 굉장히 힘들다.
기생수 작가가 연재하는 히스토리에 같은 작품들은 확실히 흡입력이 있다.
투박해보이는 그림체는 오히려 작품의 이야기 및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진다.
그림체에 관해서도 그렇다.
스파이X패밀리 같은 경우 도입부분의 전개는 흥미로웠지만
결국에는 여자 주인공의 매력에만 매달릴 뿐
결국 담고 있는 이야기는 이렇다할 것이 없다.
그러니 나로서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볼 동력이 부족한 것이다.
특히 주인공들의 외모에 대한 묘사는
스파이가 어쩌고, 암살이 어쩌고 하는 시나리오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고
그저 세명의 캐릭터가 모여 시덥잖은 일상물이나 그려내고 있는 것이 이 작품의 본질인 것이다.
차라리 '타성 67퍼센트' 같은 공감대가 높고 현실적인 일상물이라면 몰라...
타성 67퍼센트 4권에는 무슨 일이 생겼길래
혼자 품절에 중고가가 2만원이 넘냐고...;;;
여담(?)이지만 우라사와 나오키의 플루토는
나오키 특유의 스릴러적인 연출이 오히려 해가 된 것 같다.
아무리 작가가 대단해도 모두를 놀래킬 비밀을 마지막에 짠 하고 공개한다는 전개가 쉽지 않을테니
'뭔가 대단한 비밀 혹은 전개가 있을 것처럼'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 오히려 이야기의 '결'에 미치는 영향은 악영향이라는 것이다.
비슷한 사례로 참말로 진부한 소재인 좀비를 굉장히 신선하고 재밌게
조리했지만 마지막 뒷맛이 씁쓸했던 아이엠히어로 같은 작품도 있다.
여튼 오늘은 여기서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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