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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tecture!/blah blah blah

아파트 공화국

GrancartZoo 2022. 2. 2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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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사실 아파트 회의론자였다.

건축을 전공으로 삼고 공부하면서부터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아파트의 평면은 훌륭하다.

 

정말 고품질의 스탠다드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고 있는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그러나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단독주택의 매력이라는 점도 고려하면 좋겠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아파트는 도시 경관을 망가뜨리고

구도심, 우리 삶의 흔적, 삶을 송두리째 지워버리고 그 위에 짓는 닭장이라고 생각했다.

 

도시적인 관점에서 그렇다.


..

지금도 계속해서 우리는 과거를 지워가고 있다.

단적으로 일본이 전통복식을 아직도 유지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거의 사라졌다고 생각한다.

항상 우리 과거를 부끄러워하고 지우기 급급하다고 생각한다.

70년대 새마을운동 때 우리 전통가옥 대부분을 파괴하고 슬레이트지붕의 (당시) 최신식 주택으로 변모했고

현재 슬레이트지붕 주택은 가난의 상징 비슷한 물건이 되었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면, 건축이라는 것 자체를 먼 미래를 바라보고 해야하는데

우리는 너무 근시안적으로 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기간의 이익만을 바라보고 내일 일은 내일의 내가 어떻게든 해주겠지 라는 마음이 느껴진다.

우리 전통가옥를 싹 다 철거했을 때는 100년, 200년을 내다보는 건축을 했어야 할텐데...

100년은 커녕 20~30년이면 재개발이 요원해지는 상태가 된다.

이런 슬레이트지붕 집들이 모인 곳이 또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되고 원주민들은 추가부담금을 지불할 능력이 없어서

내 땅위에 아파트를 지어도 집 한채를 건사하지 못 하고 보상금으로 갈데없이 쫓겨나는 신세가 되는 것이다.

 

(물론 전체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단어는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우리에게 아파트가 가지는 의미가 뭘까.

아파트를 지으면 건설 경기에 도움이 된다.

설계사무소, 시행사, 건설사를 통한 고용이 창출되고,

아파트를 구입한 사람들에게는 주거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초품아, 중품아...별별 단어를 다 들어봤다.

 

역세권, 숲세권 등등

부동산도 주식이랑 별 차이가 없다.

우리 아파트는 다를거야.

명품 아파트로 자라줄 거야.

피가 1억은 더 붙겠죠?

김 대리가 산 아파트는 5년 만에 2배가 되었다는데...

우리는 왜 아직도 전세 사냐구...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에게 자산 증식에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혹은 이것을 계급으로 인지하는 사람들도 있다.

....

결국 이런 사이클이 계속해서 돌아가는 것이다.

십년, 이십년이 흐르면 그 때는 이 아파트들도 구도심이 되고, 지자체에서는 신도시 계획을 하고 똑같은 사이클을 반복한다.

이것이 바로 가진 자원이라고는 인력 밖에 없고 스스로는 내수시장도 건사할 힘이 없는 작은 나라가 살아가는 방식이 아닌가 싶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주택이 100년, 200년을 가버리면 건설 경기라는 이 사이클이 멈추는 것이다.

 

서울에서는 구도심을 파괴하고 새로운 주택 건설 사업을 시행하고, 지방에서는 구도심을 버리고 신도심으로 도시의 구심점을 옮겨버린다.

 

용인을 예로 들면, '용인에 산다'라는 표현이 용인 신도시(수지 등)에 산다는 표현으로 받아들여지고 구도심은 아예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경험한 일이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경향성은 약간 고깝게 보일 정도다.

 

이렇게 많은 개발이 필요한 것이 사실인지 여부도 궁금하다.

 

결국에는 이런 무분별한 개발 행위가 국내 내수 경기 부양을 위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에 닿게 된 것이다.

 

주식 시장을 보면 개미들을 털어먹기 좋게 판을 짜주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결국 이런 주식 시장이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의지를 꺾어 버렸고, 주식하면 깡통찬다라는 인식까지 심어주고, 결과적으로 부동산 불패론에까지 불을 지펴준 것이다.

 

모든 것들의 연결 고리가 이어진 듯 하다.

 


.....

그래서 지금은 아파트 긍정론자가 되었느냐 하면 그것은 아니다.

다만 더 깊숙한 곳까지 경험해보고 더 이해하게 되었다는 점이 달라진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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