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적인 Zootopia
[헤드폰] 밀폐형 플래그십 데논 AH-D9200 리뷰 본문
0. Prologue
직장인인 필자는 주말을 제외한 하루의 대부분을 직장에서 보낸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아무리 좋은 오디오 장비나 스피커를 사더라도 평일 저녁에 집에 와서 즐길 시간이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기회가 되면 사무실에서 일하는 동안에도 들을 수 있는 장비를 갖추고자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덕분에 fiio M17을 구매했고, 거기 맞춰 밀폐형인 베이어다이나믹 DT1770 Pro를 쓰고 있다.
가끔은 이 1770 Pro가 젠하이저 IE900보다 좋게 느껴지기도 한다.
공간감이나 저음의 타격감이 좋다는 느낌이다.
그러다 DT1770 Pro보다 좋은 밀폐형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을 좀 했었다.
그 후보군은 다음과 같다.
젠하이저 HD820, 슈어 SRH1540, 베이어다이나믹 T5(1~3세대), 데논 AH-D9200, 오디지 LCD-2 Closed Back 이 정도이려나...
그중에서 HD820은 HD800S와 달리 호불호가 갈리는 평가와 높은 가격대 등이 좀 걸렸다.
SRH1540은 평은 좋았지만 디자인이 조금 구려 보이고 가격대에 거부감이 약간 있었다. 높은 중고가격도 한몫 한 듯... 라인업 중에서는 가장 저렴하지만서도...
베이어다이나믹은 T5 3세대 평가가 너무 좋지 않고, 30옴 수준으로 변경된 이후로 이미지가 좋지 않아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원래 32옴이었음)
실버 색상의 T 시리즈보다 블랙 메탈의 DT 시리즈가 더 이쁘다는 인상도 있다.
LCD-2 CB는 일단 무거운 것이 문제고, 저음 비중이 크다는 것이 밸런스가 너무 저음 쪽으로 치우쳐져 있는 듯해서 사운드가 어둡다는 평이 있다.
좀 밝은 성향을 선호하는 나로서는 조금 망설여지게 되었다.
데논은 솔직히 D7200이 이전 플래그십이었다가 9200에게 플래그십 자리를 내주었는데, 9200이 7200 대비 고역대를 더 강조해서 조금 쏜다는 평을 받는 듯했다.
글만으로 느끼기에는 HD600에서 HD800으로 업그레이드된 젠하이저 느낌이 나기도 하고, 마침 시세보다 20~30만 원 저렴하게 판매하는 판매처를 접하는 바람에 급하게 질러버렸다.
출시가가 199만 원 정도에 현재 150만 원 전후의 시세가 형성되어 있는 듯하고, 필자가 구매한 제품은 딱히 할인이라고 하기에는 단순 개봉 반품을 판매한 것이 아닌가 싶은 '킹리적 갓심'이 드는 - 꼼꼼히 살펴보았으나 사용한 흔적이 없는- 문제없는 제품이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밀봉이나 씰링 테이프 같은 것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케이블이나 다른 부분에서 유의미한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1. 외관
외관은 상당히 고급지다.
일단 소재 자체가 양가죽, 대나무 케이싱, 메탈 소재 등을 사용했다.
레쟈-에 비해 실제 양가죽은 훨씬 고급스럽고 관리가 어렵고 내구성이 떨어진다.(실용성보다 사치품에 가까운 인상이다)
관리를 안 한 중고 매물들을 보면 패드와 헤드밴드 등이 너덜너덜한 경우들이 있다.
이런 경우를 피하고자, 대체용 이어 패드와 헤드밴드 보호 부품을 추가 구매했다.
애용하는 알리에는 거의 똑같이 생긴 복제품을 판매한다.
2. 기본 스펙
무게 : 375g
임피던스(저항) : 24 ohm
주파수 응답 : 5Hz - 56kHz
드라이버 : 50mm
드라이버 타입 : 나노피버 프리엣지
감도 : 105dB/mW
최대 입력 파워 : 1800mW
3. 휴대성
유닛에 목재 케이싱을 쓴 제품을 써본 적이 없어서 소리적인 특성을 예상할 수 없었으나 약간 부드럽진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실버 색상의 메탈은 쉽게 흠집이 날 것 같아서 아웃도어 용도로는 조금 부담스럽지 않나 싶다.
최근에 청음 목적으로 출퇴근 시에도 사용하고 있는데, 꽤나 큰 헤드폰이라서 그런지 버스 손잡이 같은데 잘 부딪히는 듯하다.
요다 현상이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지만, 머리가 커 보이는 것은 확실하다.
다만, 저항이 낮으니 모바일 기기에서 잘 울려줄 수 있는 덕분에 아웃도어 용으로 생각해 볼 여지는 있다.
실제로 iBasso DX160으로도 충분히 울려줄 수 있었다.
휴대성에서 중요한 부분이 기밀성이다.
소리가 새면 대중교통에서도 눈총을 받기 일쑤이다.
그런 면에서 대나무 하우징은 소리가 새는 것을 막아주지 못한다는 느낌이다...
오히려 소리를 전달하는 것은 아닐까...
4. 착용감
이어 패드는 귀 뒤 공간을 받치는 형태로 제작되어 있다.
의외로 이 공간을 통해 밀폐가 깨지는 경우가 있는 듯한데, 이런 부분을 섬세하게 디자인했다.
밀폐형 헤드폰의 경우 소리가 새면 사실 밀폐형의 의미가 없는 경우들이 있다.
조용한 공간에서 사용하려고 밀폐형을 샀는데, 소리가 둥둥 울리면... 참으로 난감하다.
예전에 썼던 포칼 엘레지아도 소리가 새서 난감했었다.
문제는 사용자는 소리가 새는지 알 방법이 별로 없다는 거다... 옆사람에게 씌워보지 않는 이상...
그리고 필자의 경우 머리가 그렇게 큰 편은 아닌데도 불구하고 헤드밴드 부분을 최대한으로 늘려서 착용해야 했다.
게다가 가죽을 보호하기 위한 보호커버를 착용한 상태에서는 약간 길이가 부족한 감마저 들었다.
아마 머리가 좀 크신 분들은 작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정수리 압박을 호소하는 사용자분들이 많다.)
이렇게 작게 디자인한 것은 제조사 실수라고 생각한다.
헤드폰 유닛은 헤드밴드와 체결 부위에서 앞뒤로 약 15도 정도(총 30도) 움직이기 때문에 두상에 맞추기 위한 정도로만 움직여주고 수납을 위한 용도는 아니다.
착용감 자체는 좋다고 생각한다.
대중적으로 많이 판매되는 애플 에어팟 맥스와 소니 WH-1000XM5를 보면 데논 AH-D9200 디자인의 문제점이 보인다.
사람의 머리 형태와 관계없이 귀 - 정수리 사이의 쉐입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서 밴드 부분이 멍청하게 생겼고, 실제로 정수리를 누르고 있는 형태를 하고 있다.
보다시피 형태를 분석하면 위 사진과 같다.
마치 크레인의 갈고리 같은 형태로 양쪽 귀를 눌러주는데(이것은 당연한데), 이 형태가 사람의 머리 형태를 고려한 위로 길쭉한 형태가 아니고 양옆으로 길쭉한 형태이다 보니, 두상과 헤드밴드 사이 측면에 연두색 부분의 공간이 붕 뜨게 되고, 이런 비효율적인 형태가 정수리를 누르는 방식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모양이라도 이쁘면 모르겠는데, 이 형태가 상당히 흉측하다.
5. 소리
소리가 가장 중요할 텐데, 그 특성은 AH-D7200에서 고역대를 더 끌어올린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들 평한다.
필자도 AH-D7200은 들어보지 못했고, 베이어다이나믹 DT1770 Pro보다 좋은가 나쁜가 라는 측면에 집중한 편이었다.
왜냐면 포지션이 겹치기 때문이다.
현시점에 그 비교를 해보자면, 1770이 좀 더 저음에 중점을 두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9200 쪽이 더 밝은 소리인 듯하다.
애초에 저음의 잔향이 덜 하고, 꽤 깔끔한 소리를 내고 있다.
마침 HD800S를 듣다 교체를 했더니 확실히 고역대 쪽이 더 강조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긴 한다.
개인적으로는 (K9 기준) 로우 게인 쪽이 잘 맞다 생각해서 100% 맞는 비교는 아니겠지만...
에이징에 7~10일 정도 소요된 듯하고, 현재는 안정된 듯하다.
1770과 좀 더 비교해서 둘 중 우위를 결정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상당히 해상력이 높고 고역대가 강조되어 있는 듯하면서도 귀를 찌르지는 않는 듯 한 소리를 들려준다.
이런 특징은 낮은 저항값(24옴)에 의한 부분도 있는데, 빠른 반응성과 가벼운 소리 같은 특징을 갖고 있다.
대신에 뭔가 진한 맛의 소리를 내주긴 힘들어 보인다.
공간감은 밀폐형임에도 불구하고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좁다는 느낌을 잊게 만든다.
HD800S과 스테이징을 비교할 대상은 아니지만 굳이 밀폐형임에도 좁다는 인상을 못 받았다.
밀폐형은 공간감에서 감점을 받고 들어가기 때문에 오픈형과 대결이 성립되지 않는다만, AH-D9200은 공간감이 우와.... 대박
이 헤드폰은 어쿠스틱 장르와 어울린다.
디스토션보다는 어쿠스틱을 잘 표현한다.
통기타나 기타 악기들의 느낌이 아주 좋다.
케이블을 교체하면 모든 장르에 대응이 된다.
6. 측정치 리뷰(영디비)
영디비 측정 리뷰
6. 평점
패키징 : ★★★☆☆
실크 소재 케이스는 나쁘지 않았으나, 캐링 케이스 부재는 아쉬운 점
4.4mm 케이블의 부재 역시 아쉬운 점
디자인 : ★★★☆☆
상당히 고급스럽고 미학적인 접근
그러나 착용했을 때까지 아름다운지는 미지수...
음질 : ★★★★★
균형 잡힌 밸런스 타입
저역대가 양감이 조금 적고 높은 해상력과 고역대의 강조
공간감이 좋다
착용감 : ★★★☆☆
귀 뒤 공간까지 신경 쓴 디자인
머리가 큰 사람들은 고려하지 않았나...
편의성 : ★★★★☆
낮은 저항은 모바일 기기에서도 울리기 충분하다.
휴대성 : ★★★☆☆
휴대용은 아니지만 휴대용으로 못 쓸 정도도 아니다.총 4.00점
총 3.50점평가 항목 분류 덕분에 높은 점수를 얻은 듯하다.낮은 저항값, 밀폐형 특유의 휴대용도 가능성 등이 높은 점수를 얻는데 일조하였다.
1차 수정 때 점수가 대폭 조정되었다.
디자인 항목에서 감점이 있었는데, 제품을 디스플레이했을 때는 예뻐 보이지만 착용했을 때는 멍청해 보이는 단점이 있다.
게다가 이 디자인이 결국 발목을 잡아 착용감에서도 감점이 있었다.
평균 이상의 두상을 가진 분들은 정수리 압박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꽤 큰 단점이다.
휴대성 부분도 함께 감점처리하였다.
아무래도 휴대성이 높다고 보기 힘들다고 판단해서다.
0. Epilogue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갑작스럽게 구매를 결정한 것 치고는 생각보다 좋은 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가능한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다른 더 많은 밀폐형과 비교를 해보고 싶은 것이 개인적인 바람이다.
근황 (23.03.22.)
오늘 드디어 알리발 4.4 케이블이 도착한다.
현재 스코어 상 DT1770 Pro가 남고 AH-D9200 방출각이 씨게 잡히고 있는 중이다.
어떻게 들어야 이 기기가 괜찮게 들릴지 그 방법을 찾지 못하겠다.
그나마 어쿠스틱 음악에 좀 어울린다는 정도...?
1770 Pro가 훨씬 편안하게 들린다.
전에 얘기했던 막이 한 겹 끼인 듯 한 소리는 중고역대 디테일에 모두 살아있음에도 불구하고 귀를 아프게 하지 않는다.
두터운 저역대는 음악을 풍성하게 한다.
9200은 이런 장점이 없다...
높은 파워로 입력한 것이 문제가 된 것인가 싶어서 DAP의 게인을 로우로 낮춰보았다.
생각보다 편안한 소리가 나온다.
결
사실상 이제 모든 세팅이 끝난 것 같다.
에이징도 끝났고, 적당한 이어 패드로 정착했고(가죽 이어 패드 카피제품), 4.4mm 밸런스드 커스텀 케이블로 변경하고, 헤드밴드 가죽을 보호할 커버도 장만하고...
24옴이라는 낮은 임피던스 때문인지, High Gain을 걸은 사운드는 내 귀에 맞지 않았다.
주로 장비의 Low Gain으로 편안한 사운드를 들을 수 있었다.
이런 경우 굳~이 비싼 장비가 필요 없다는 느낌도 든다.
장르적으로 어쿠스틱 한 음악이 잘 어울린다.
데파페페, 어쿠스틱 알케미 같은 통기타나 전자악기가 메인이 아닌 음악들
클래식이나 교향악곡들...
생각보다 아주 잘 어울린다.
여전히 락 장르는 그다지 매력이 없는 듯하다.
보아하니 록음악이 중고역대가 날카로우면 무조건 좋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너무 날카롭다 보니 치찰음이 심해서인지 귀가 좀 아파오는 느낌이다.
이럴 때는 디지털 필터를 Slow roll off 쪽으로 맞춰주면 좋다.
그래도 이 정도 특성이면 재즈 들을 때 매칭이 아주 좋으니 계속 들을 가치는 있어 보인다.
확실히 케이블 효과는 있는 듯
추가현재는 iBasso DX160(4.4 output) + Fiio K9 Pro ESS(RCA input) + Tidal 음원으로 듣고 있다.
물론 4.4 커스텀케이블이고...
음 이 정도면 딱히 어디를 흠잡아야 할지 모를 정도의 소리 수준까지 끌어올려진 것 같다.
특히 저음은 잔향이나 양감이 크지 않지만 탄탄하게 울려주고 있고, 중역대가 좀 날카롭긴 하지만 심각하진 않다.
현재 이 조합이 iBasso DX160 단독 재생보다 음질이 떨어진다는 걸 확인했다.
젠장...
이렇게 쓰는 이유가 두 기기간에 디지털 연결이 안 되어서 인데... 참...
여하튼 4.4mm 커스텀케이블로 듣는 D9200은 완전 다른 기기 같다.
액세서리
혹시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해 내가 구매한 제품들 링크를 남겨드림.
헤드밴드 커버
양가죽 이어 패드
실버 팔라듐 어쩌고 케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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