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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a Critics!

토미노 요시유키 - 건담의 아버지의 아버지

GrancartZoo 2021. 7. 24.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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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전사 건담


기동전사 건담은 1979년 TV 방영한 45화 짜리 만화영화다.

당초 50화가 기획이었지만, 저조한 시청률 탓에 45화 조기 종영한다.

Tobe! Gundam(Mobile Suit Gundam Opening)



그럼에도 불구하고 TV 2회차, 3회차 방영 때는 기존의 마징가 류와 다른 매력의 묘한 로봇 만화영화가 있다는 입소문으로 (특히 청년층 사이에서) 시청률이 엄청나게 올랐다는 모양이다.

기존에 우리가 알던, 1980년 극장판 상영으로 인기를 얻었다는 것과는 약간 다른 사실이다.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 1941~


사실 토미노 요시유키는 후배 감독들, 예를 들면 에반게리온의 안노 히데아키 감독과 비교하면 그렇게 창작에 자유롭기만 했던 사람은 아니었다.

이미지 : 전시회 토미노 요시유키의 세계, 출처 : likealive.tistory.com/98


선라이즈 로봇만화의 감독으로, 점보트3, 다이탄3, 이데온, 단바인, L-가임, 라이딘, 자붕글 등등 수많은 로봇만화를 만들었지만, 항상 그 중심에는 완구 스폰서라는 갑이 있었던 것이다.

아마 애니메이터는 갑-을-병 중에 병 쯤의 위치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기동전사 건담 TV판에 등장하는 수많은 로봇들도 온전히 그가 원했다거나 기획했다거나 하지 않은 부분들이 많이 있었다.

G-아머

특히 G-아머가 대표적인데, 비행기나 전차 등의 형태로 마구 변신하는 묘한 메카닉은 온전히 완구의 판매를 위해 만들어졌던 것이다.

비운의 모빌아머 자쿠레로


그 외에도 매주 새로운 로봇이 등장하고 격파되는 것도 같은 의미에서였다.

아마, 토미노 요시유키는 그 때 당시에 무엇인가를 보았던 것 같다.

기존의 어린이들을 위한 로봇만화와는 다른 무언가를...

기동전사 건담 TV판을 극장판으로 상영할 계획을 짜고 스폰서들을 설득하였다.

그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우스꽝스러운 로봇들 분량을 모두 걷어냈다.

건담햄머와 쟈벨린


그리고 건담 햄머, 쟈벨린 같은 전쟁과 어울리지 않는 병기들도 모두 삭제했다.

그리고 필요한만큼 다시 그렸다.

다이탄3와 햄머


(다이탄3에서 햄머와 쟈벨린이 어떻게 묘사되는지 보면 왜 삭제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토미노 요시유키는 그렇게 스폰서들을 1편 짜리 극장용 애니메이션 제작이라고 속이고 3편 짜리 극장용 애니메이션 계획했다.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만들라고 투자받은 비용으로 3편 중에 1편만을 만들어서 제작발표회에서 보여준 것이었다.

결론은 초대박이었다.

지금은 어떨지 몰라도 적어도 향후 30년 간 일본 내에서 역사상 최고의 애니메이션 중 하나로 손 꼽혔던 명작이 그렇게 탄생했다.(지금은 건담 40주년)

당시 기동전사 건담의 영향을 받지 않은 애니메이터는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리얼로봇물의 탄생은 그렇게 이루어졌다.

그 영향은 바로 나타났는데, 초시공요새 마크로스가 1982년 등장하게 되면서 다양한 리얼로봇들이 80년대를 풍미하게 된다.

그러나 리얼로봇물의 인기는 꽤 짧았는데, 80년대가 저물면서 리얼로봇물의 인기도 식어버린다.

(90년대는 아시다시피 용자물의 시대였다)



모 커뮤니티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건담에 등장하는 모든 부모자식 간의 관계가 좋은 케이스가 없는 이유란다.

왠지 하고 싶어지는 이야기가 많아지는 관계로 글을 팠다.

그래, 토미노 요시유키의 아버지가 전쟁 부역자였던 것이다.

그처럼 깨어있는 정신을 가진 사람으로서는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의 몇몇 작품에서 부모자식 관계가 실제로 어땠는지 한번 살펴보자.



- 기동전사 건담, 1979

템 레이
템 레이의 비밀병기


템 레이 : 건담을 개발(V작전)한 핵심 과학자. 자식을 돌본다는 개념은 거의 없었고 건담 개발에만 몰두한다. 실제로 아무로 레이는 또래 이웃소녀인 프라우 보우가 돌보는 듯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들인 아무로가 건담에 우연히 탑승해 벌어진 첫 전투에서 사고로 우주공간으로 날아가버린다. 후에 산소결핍증에 걸려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한 상태로 부자가 조우한다. 전쟁에 휘말린 미성년인 아들의 안위에는 관심도 없고 건담에만 관심을 보이는 통에 아무로는 절망에 빠진다. 결국 건담의 전투를 TV중계로 보다 흥분해서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사망한다.

카마리아 레이 "옛날엔 이런 아이가 아니었는데, 벌레도 못 죽이는 아이였는데..."


카마리아 레이 : 아무로의 어머니. 연방군의 핵심 병기개발자인 남편과는 달리 우주로 이민가지 않고 지구에 남았다. 전쟁이 흘러감에 따라 아들인 아무로와 재회하게 되지만, 자기 의지와 관계없이 전쟁에 말려들어 살인까지 해야하는 아들의 입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 기동전사 건담 Z, 1985

프랭클린 비단


프랭클린 비단 : 제타건담 파일럿인 카미유 비단의 아버지. 병기 개발자이며, 일 중독자인 아내와 사이가 좋지 않고 내연녀를 사귀는 등 가정에 충실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카미유가 건담 MK-II를 탈취해 에우고에 입단하게 되지만, 프랭클린은 그런 상황에서도 에우고의 모빌슈트 '릭 디아스'를 훔쳐서 달아나다가 아들이 보는 앞에서 격추당해 살해당한다.

힐다 비단


힐다 비단 : 카미유의 어머니. 연방군의 기술자로 일중독자. 아들이 건담 MK-II를 탈취하는 바람에 티탄즈에 포로로 붙잡힌다. 카미유와는 다툼이 있던 제리드 메사 중위는 티탄즈로부터 어떤 캡슐을 방패 삼아 에우고와 싸우도록 명 받았는데, 교전 중에 캡슐은 파괴되었고. 폭탄이나 어떤 물건인줄 알았던 캡슐에는 카미유의 어머니가 인질로 잡혀있었다. 카미유는 어머니를 지키지 못 하고 우주에서 산화하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 기동전사 건담 F91, 1991

모니카 아노(좌), 딸인 리즈 아노(우)


모니카 아노 : 건담 F91의 바이오 컴퓨터 개발자. 역시 전쟁 병기 개발자로서 자녀들을 돌보는데 소홀했다. 실제로 어떤 직업들은 가정을 돌보기 힘들다. 그러나 다른 작품과는 달리 모자간에 심각하게 틀어진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고, 전쟁이 터지자 홀로 자식들을 찾아나서는 모습도 보여준다. 결정적인 순간에는 아들인 시북 아노에게 조언도 한다. 덕분에 시북이 우주미아가 될 뻔한 세실리아를 찾는데 도움이 되었다.



다른 건담 작품들을 살펴보면 주인공과 부모와의 관계에 대한 묘사가 없는 작품들도 많다.

예를 들면, MS08소대, 0083, 0080, 윙건담, 갓건담 등등...

G의 레콘기스타, 월밋 제남


G의 레콘기스타에서도 주인공의 어머니 월밋 제남은 캐피탈 타워의 운행장관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예전같은 그런 부모자식간의 마찰을 보여주진 않는 듯 하다.

사실 수많은 건담 작품들이 2000년 이래로 나왔지만 다 보지도 않았고, 모두 보아야할 만큼 시간을 할애할 일도 아닌 것 같다.

나는 몇몇 작품들을 제외하면 토미노 요시유키의 작품을 특히 가치 있다고 여겼다.

(토미노 요시유키 원작이 아닌)비교적 최근 작품인 건담 유니콘, 건담 The Origin 같은 경우에는 전투신은 볼만할진 몰라도 시나리오에서 그닥 매력을 느끼지 못 했다.

왜 그랬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이 작품들에는 메세지가 없다.

하고싶은 이야기가 없으니 작품이 붕 뜰 수 밖에 없다.

기동전사 건담 The Origin, 2015-2018(OVA), 2001-2011(코믹스)


특히 The Origin은 80년 건담 극장판과 비교하면 아주 졸작이며, 야스히코 요시카즈의 오리지날 코믹스판과 비교하면 원작자인 야스히코를 아주 엿먹이는 작품이라 생각이 든다.

아주 형편없는 졸작이다.

1년 전쟁이라는 이야기를 전쟁 스타들을 향한 파파라치 적인 관점에서 묘사한 것이 매우 괘씸하다.(본래 코믹스판도 비하인드 스토리에 더 집중한 건 맞지만)

토미노 요시유키가 묘사한 1년 전쟁은 전쟁의 비정함, 냉혹함, 슬픔, 인간의 잔인함, 반전주의 등이었다면 The Origin은 샤아의 정치와 복수극, 개인사에만 집중했다.

전쟁이라는 큰 주제를 두고 개인의 사사로운 사정만을 다룬 것이다.

인기가 없었는지 제작이 중간에 중단된 모양이다.

건담을 가지고 망쳐놓는 것도 재능이라면 재능이다.

기동전사 건담 섬광의 하사웨이, 2021(영상화), 1989-1990(소설)


그 와중에 토미노 요시유키 원작소설인 섬광의 하사웨이라는 작품이 나와주어서 매우 만족하고 있다.

어차피 토미노 요시유키가 감독을 하지는 않았지만, 젊으신 새 감독이 이야기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아닌지는 보면 아니까...

섬광의 하사웨이는 이미 아주 오래전부터 반정부군인 하사웨이가 반란을 일으켰다가 종국에는 사형을 당한다는 이야기로 알려져 있었다.

제목의 섬광의 의미는 혹시 하사웨이의 마지막 모습을 묘사한 단어는 아니었을지 궁금하다.

역습의 샤아에서 그 찌질한 하사웨이가 반란군 수장이 되었다니 놀랄만한 일이지만 12년이나 흘렀으면 그럴만 하려나...

섬광의 하사웨이 中


섬광의 하사웨이에서 모빌슈트 시가전을 휴먼스케일적인 측면에서 묘사하는 장면은 굉장히 흥미롭다.

(여담이지만, 일반적으로 애니메이션에서 주인공의 연령대가 타겟층의 연령대와 비슷하다고 보면 좋다. 본격적으로 성인을 대상으로 하게 되면 아예 주인공을 성인으로 설정한다. 섬광의 하사웨이에서는 25세. 이러한 애니메이션 업계의 관행 때문에 27살인 크와트로 버지나가 10살이나 어린 카미유 비단에게 얻어맞으면서 '이것이 젊음인가' 같은 대사를 날리게 된 것이다. 캐릭터들의 성격 묘사나 대사를 보면 약 10살 정도 줄여서 표현된다고 생각한다. 즉, 37살의 크와트로가 27살의 카미유에게 했다면 그럭저럭 납득이 될만한 대사일 듯.)



건담은 종종 외전이 더 재밌다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대표적인 건담 보고 자란 세대가 만든 건담 0083, 1991-1992


그도 그럴 것이 건담 외전은 대부분이 건담을 보고 자란 아이들이 만든 건담이기 때문에 세대 차이가 상당하다.

그런 시공간적인 차이를 이해하지 못 하니 이것보다 저것이 더 재미있다는 식의 단순한 가치평가가 나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토미노 요시유키가 보여주는 건담 세계관이 너무나 흥미롭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외전이 더 재밌다)는 동의하기 어렵다.

애초에 토미노가 만들어놓은 건담 세계관이 없었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이야기들이고, 일부 작품들(G건담, 윙건담 등)은 아예 건담의 완구 부분만 따간 것이기 때문에 건담 세계관과 사실상 관계없는 작품들이다.

0080 포켓 속의 전쟁, 1989


특히 0080 포켓 속의 전쟁 같은 경우에는 굳이 건담을 등장시키지 않아도 되지 않았느냐 하는 (좋은 의미에서) 평가가 많았다.

여하튼 토미노 요시유키 옹.

건담 더 만들어주시오.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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