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적인 Zootopia

[전시]신해철의 생각 본문

Exhibition!

[전시]신해철의 생각

GrancartZoo 2017. 11. 8. 00:47
반응형

친구가 돌연 통의동에서 전시 중인 신해철 관련 공연의 링크를 보내주더군요.

 

기사를 보던 중...꽤 오래 전의 기억이 나더군요. 예전에 신해철 관련 스토리 펀딩이 있을 당시, 후원을 했었지요.

후원을 하면 입장티켓을 준다는 조건이라 나쁘지 않았습니다. 아니,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제가 가진 신해철에 대한 부채의식을 생각하면 뭐라도 해야하는 입장이었지요.

 

 

 

티켓을 수령한지는 이미 오래 되었지만, 시간이 없어서 가보지도 못 하고...미안하다 마왕 ㅠㅠ

장소는 통의동의 '진화랑'이라는 곳이구요. 경복궁의 서쪽에 바로 면한 골목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쪽 골목을 다녀보신 분이시라면, 커다란 통유리창 너머로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작품이 꽤 오래 전시되어 있던 장소로 기억 되네요.

 

이번 주에는 꼭 가야겠다 마음을 먹고 토요일 아침부터 준비한 결과 오후 3시 쯤에는 출발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ㅠㅠ 게으름과의 전쟁...

 

종로 인근을 다닐 때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지하주차장이 그런대로 쓸만합니다. 그래서 이 날도 국립현대미술관으로 향했습니다만, 이미 많은 분들이 저같은 생각을 하셨나봅니다.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자동차의 줄이란...

 

잽싸게 방향을 돌려, 진화랑 인근의 사설 주차장으로 향했습니다. 비싼 가격 때문일까요, 아니면 잘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장소 탓일까요. 빈자리가 그나마 있더군요.

 

잠깐 걸었더니 마왕의 얼굴이 보이네요. 코를 너무 판 탓인지, 코가 약간 부어 보이는데...ㅎㅎ

 

 

 

표를 보여주고 입장 했습니다만, 조금 구조가 이상 했어요. 아마 1관~4관의 순서로 보여주고 싶었지만 보통은 2관을 먼저 보게 되버리는 배치였습니다. 안내 하시는 분이 설명을 해주시는데, 귀에 안 들어오더라구요...ㅠㅠ

 

호기심에 이끌려 2관 4관 1관 3관의 순서로 봐버렸습니다. 그러나, 여러분들께는 1관부터 설명을 해드릴게요.

 

1관은 티케팅을 하시고 다시 나와서 2층으로 올라가야 합니다. 설명도 같이 전해드릴게요.

 

생각1

 

1관은 '신해철의 삶에 대한 생각' 을 조명한다. <생각1>에서 소개되는 네 작가의 작업은 신해철이 남긴 실제 유산을 재해석한다.

 

여기서는 양수인 작가, 양자주 작가, 오영욱 작가, 신경섭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양수인 작가는 신해철의 가사를 소재로 관객과 상호 소통하는 미디어 아트를 보였습니다. 신선한 발상이라고 생각했으나, GUI나 관객과 소통하는 방식에서 한계점을 느꼈습니다. 아마, 다른 사정이 있으리라고 짐작만 해봅니다. ^^;;

 

 

 

양자주 작가는 신해철의 작업실에서 수집한 재료들을 재조합 하여 제작한 박제작업을 전시하였습니다. 마치 고인을 간접적으로 박제한 듯한 감상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 물건들은 의외로 소박한 느낌을 줍니다.

 

 

 

오영욱 작가는 신해철의 노래로 만든 뮤지컬 영화 '굿바이 얄리'의 시나리오를 대중에 공개하였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읽어보았더니, 퀸의 뮤지컬 같이 아티스트가 생전에 만들었던 노래만으로 구성된 뮤지컬이었습니다. 사실, 재미만 있다면 이런 공연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습니다. 워낙 좋은 곡들이 많으니 ㅎㅎ 다만, 퀸의 노래로만 제작된 뮤지컬 'We will rock you'도 쟁쟁한 뮤지컬들 사이에서는 조금 묻히는 쪽이 아닐까...라고 판단한다면, 실제 제작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듯 하네요.(제 판단 미스일지도...;;)

 

 

 

신경섭 작가는 신해철의 작업실을 촬영 한 대형 사진을 전시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사진이라는 매체를 좋아해서 그런지, 거친 느낌의 실내 마감과 HERO 신해철 이라는 문구가 적힌 수건이 벽에 덩그러니 걸려있는 사진 작업이, 신해철의 일부를 뚝 떼어다 놓은 것처럼 한 켠에 와 닿았습니다. 복잡한 미사여구보다 더 큰 울림을 주네요.

 

 

조금 이상한 건, 분명 1관에 총 5명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데 4인이라고 소개되고 있는 점입니다. 

 

마왕이 유명을 달리하고, 수많은 이들의 추모가 있었는데... 그 중에 윤종신은 신해철 추모 1주기에 '고백'이라는 노래를 발표하였고, 그 뮤직비디오에서 신해철의 초상을 그리는 과정을 보여주었습니다. 바로 그 초상을 그린이가 서원미 작가입니다. 마왕을 좋아했던 분들은 많이 알 듯 한 작품이지요.

 

 

 

2관

 

2관에서는 '신해철의 상징성에 대한 생각' 이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신해철에 대한 작가들의 직접적인 묘사가 이어집니다.

 

제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을 꼽으라면 저는 제일 먼저 신해철을 꼽습니다. 제 십대 시절 제 가치관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죠. 아마 여기 전시한 작가들도 나와 비슷한 감정을 그에게서 느끼지 않을까 추측합니다.(전시된 전체 작품은 싣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전시에 한번 가보시는 건 어떠실지...)

 

구나현 작가의 코파는 신해철이라는 벽화 입니다. 코를 팠더니 꽃이 나왔네요. 생전에 장난기가 무지 많았던 마왕을 생각하면 잔뜩 무게잡는 작품들보다 오히려 더 마왕의 캐릭터를 잘 표현한 것이 같네요. 작가의 코멘트에 보면 방송에서도 편하게 코를 후비는 신해철을 보았다하지만, 신해철 정도 되니까 방송에서도 코를 후빌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ㅎㅎ

 

 

King Kroach 박상우, Jesus와 신해철이 묘하게 합쳐진 이미지의 작품을 보였습니다. 저도 그의 삶의 되새겨 보며, 예수까지는 아니지만 대중 예술가라는 것은 무엇인가. 엔터네이너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모든 대중 예술가들이 대중을 위로한 것은 아닐지 몰라도, 적어도 단 한명 신해철만은 그의 삶 대부분을 대중들을 위로하는데 바쳐왔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게다가 십여년간의 라디오 DJ로서의 활동은 멀리서보면 그저 적당히 노는 것처럼 보였을지 몰라도, 가까이서 봤다면 그 모든 시간이 팬들을 위로하고, 또 후배가수들을 위로하는 시간이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가슴이 먹먹해지네요...

 

 

생각3

 

3관의 입구에서 관람객을 맞이하는 네온사인

 

3관의 '신해철의 공간에 대한 생각' 에서는 신경섭 작가의 대형 프린트 작업이 이어집니다. 1관의 전시에 이어 신해철의 작업실 공간의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또 작업실에 있던 물건들의 실물들이 전시되며, 고스트스테이션을 틀어놓아 이 공간에서만큼은 고스트스테이션을 들으며 관람할 수 있습니다.

 

신경섭 작가의 사진 속에 물건들을 보면서...의외로 마왕의 취향이 검소하달까...올드하달까...묘한 느낌을 느꼈습니다.

 

 

 

 

 

 

 

 

 

 

생각4

 

4관은 '신해철의 음악에 대한 생각' 이 테마입니다. 13명의 작가가 신해철의 음악 가운데 18곡을 선정해서 각 곡에 맞추어 제작한 작품을 전시하였습니다.

 

몇몇 작품을 짧게 소개하겠습니다.

 

도파민최 <핑크 몬스터>

 

 

손현주 <붉은 바다>

 

 

이창호 <The Ocean : 불멸에 관하여>, <Here I Stand For You>

 

 

.

.

.

.

.

.

.

.

.

.

.

.

.

.

.

 

쭉 전시를 모두 보고 나오는 길에 후원자 목록에 제 이름도 있더군요. 제 이름에 눈이 팔려 미처 못 봤는데, 바닥에 덩그러니 놓인 신발이 마왕이 평소에 그렇게 이야기하던 '후천적 노력' 이라고 불렀던 그 신발인가보더군요. 이렇게 그의 분신과도 같은 '후천적 노력'과 마주하니 마왕에게 소홀 했던 내 자신이 너무나 원망스러웠습니다.

 

아직도 혼자 있을 때 고스트스테이션을 꺼내 듣곤 합니다. 이미 시간이 꽤 흘렀지만 아직도 마왕의 빈자리가 실감이 나지 않는 것은 아직도 이렇게 우리 곁에 그의 생각과 목소리가 살아서 울림을 주기 때문일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전시장을 빠져나오면 예전에는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한덩이가 있었을 자리에 마왕의 흉상과 마주하게 됩니다. 이왕이면 마왕의 데뷔초 모습과 나중 모습을 대조적으로 표현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가지게 되네요.

 

 

 

십대 시절을 가족처럼 형처럼 아버지처럼 같이 보냈던 해철이 형을 저는 생전에 단 한번도 보지 못 했습니다. 뭐가 그렇게 바쁘다고, 힘들다고 그랬을까요. 있을 때 잘 하란 말이 이런 때에 쓰는 말인가 봅니다...

 

보고 싶다. 마왕...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