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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스파이스(Delispice)에 대한 추억

GrancartZoo 2022. 12. 16.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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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X년 어느 시기

정말로 중2였던 나는 (아직도) 힙스터인 한 친구에게 델리스파이스의 곡 중 워터멜론과 몇 곡을 추천받았다.

그것이 델리스파이스와 나의 인연의 시작이었다.

대중음악이고 인디음악이고 나발이고 아무 개념도 없던 나는

그렇게 인디 모던락의 세상으로 자연스레 빠져들었고

자우림, 아일랜드, 원더버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을 비롯한 여러 밴드들에 심취했었다.

김풍/심윤수의 작품 찌질의 역사에 등장하는 델리스파이스에 대한 언급처럼 이런 비주류 문화에 심취하는 사람들의 소위 부심이라고 부르는 성향은 없었지만

당시 주변 친구들과 공유할 문화적 공감대가 없었다는 것은 아쉽기도 했다.

아마 보수적인 대구라서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여튼 이제는 20년도 전의 일이라 그 동안 너무나 많은 좋은 (퀸이라던지, 레이저라이트나 베러댄에즈라 같은) 밴드들을 거쳐오다보니 예전에 어릴적 내가 좋아했던 밴드들은 저평가되고 잊혀지기 마련이다.

보통은 몇달만 지나도 플레이리스트에 삭제하는 사람들과 다르게 나 같은 경우는 수십년 동안 듣는 것은 일상인 것 같다.

델리스파이스도 그 중 하나였는데, 최근 타이달 고음질 음원을 듣게 된 것과 함께 이런 오래된 애착 노래들을 듣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찾아가서 듣지 않는 이상 들을 일이 없다보니...


오랜만에 들어본 델리스파이스는 여전히 좋았다.

아니 좋아진 장비만큼 더 좋아진 것 같다.

음원이 mp3인 점만 빼면 과거보다 좋게 들린다.


그래, 내가 이래서 델리스파이스를 좋아했었지.

아쉽게도 내가 마지막 델리스파이스 공연을 갔던 때 이후로 별다른 해체 선언 없이

멤버들은 결별을 한 듯이 보였고

델리스파이스 리더인 김민규의 솔로 프로젝트 스위트피 역시 종료를 선언했다.

그래, 잊혀진다는 것은 슬픈거야...

과거에 매몰되어 살지는 않지만, 그래도 과거를 잊고 싶지는 않은 기분

그 때의 내가 된 것만 같은 기분

델리스파이스를 들으면 나는 중2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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