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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tecture!/Architectures

아산시 온양민속박물관 건축 답사

GrancartZoo 2022. 11. 6.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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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Prologue

온양민속박물관에 다녀왔다.

최근에 건축답사를 기획하며 조사하던 차에

명지대학교 건축대학 학장님이셨던, 2016년 작고하신 故 김석철 학장님이 설계하셨다는 온양민속박물관 본관과 한국인 출신인 건축가 이타미 준(유동룡)이 설계한 별관이 있다해서 흥미가 동했다.

물론 대략적인 인상으로는 엄청 기대되는 상황은 아니었다만...


1. 온양민속박물관 본관

온양민속박물관은 아산시에 위치해있다.

내게 아산시가 그렇게 낯익은 도시는 아니다.

아산시의 관광명소를 보아도 딱 알만한 곳이 눈에 띄지는 않는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면 전통 건축물 형태를 한 담장과 대문이 보인다.


입장료는 5천원 수준이다.


전통 혼례도 한다는 모양이다.


고즈넉하게 굽은 언덕길을 오르면 나뭇가지 사이로 본관이 슬며시 비친다.

78년에 건축설계를 하였으니, 현 시점에서는 상당히 고전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다.

故 김석철 건축가의 온양민속박물관 초기 스케치

 

온양민속박물관 개관 포스터


당시의 자료들이 남아있는데, 포스터는 건축 모형사진이 아닐까 싶다.





2. 로비

실내는 주로 적색 고벽돌로 마감되었다.

좌우측으로 전시공간이 배치되고 후면에 계단을 통해 위층으로 이동한다.

로비의 천장은 높게 뚫려있고, 외부에서 관찰 가능한 천창을 통해 자연광이 유입된다.

건축의 교과서 같은 형태가 아닐까 싶다.



2. 전시물

본관의 전시물은 주로 잃어버린 우리의 전통 문화이다.

생각보다 많은 물건들이 보존되어있거나 재현되어 있다.


 


지면(?)을 빌어서 내 생각을 이야기하자면, 이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것들은 사실 우리가 버린 전통 문화들이다.

이제는 찾지 않는 전통 복식, 점차 1인 가정 비율이 늘어나고, 3대가 같이 사는 모습도 사라져가고

코로나로 인해 명절에 모이는 문화도 사라져가는 듯 하다.

고부 갈등의 상징이던 시댁살이도 더이상은 옛날 이야기가 되었기 때문에 각종 집안 행사 같은 것들도 사라지거나 생략되는 추세인 듯 하다.

조상 덕 본 사람들은 명절에 해외 여행 가고, 조상 덕도 못 본 사람들은 명절에 모여서 치고박고 싸운다는 이야기도 맞는 듯 하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이런 전통이란 것들도 더이상 현시대의 사람들에겐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나 정도 되는 사람에게는 어릴 적에 보았던 삶의 문화들이 지금 태어난 세대들에겐 정말 박물관에 박제된 문화가 되어버린 것이다.

어찌 보면 20세기 초에 겪었던 국가적인 피해 때문에 전통이라하는 것을 모두 잃어버린 탓일 수도 있고,

우리 대한민국 국가와 국민에게 새로 생긴 특성일 수도 있다.

여담이지만(이미 한참 여담 중이었지만), 서울의 도시 개발 정책을 보면 대부분의 과거 삶의 흔적이 남아있든 도시 구역을 모두 재개발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으로 보인다.

우리 삶의 흔적이 묻어있던 장소를 모두 철거하고 20층~50층 짜리 아파트와 빌딩으로 가득 채울 작정인 것 같다.

과거에 우리는 한 차례 새마을운동이라는 활동을 통해서 우리의 과거의 삶의 흔적을 송두리채 지운 경험이 있다.

당시에 활용도가 낮은 과거 주거 형식을 모두 버리고 슬레이트 지붕으로 대변되는 근현대식 건축 양식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런데 그 때 당시 지었던 슬레이트 지붕은 모두 어디에 있을까?

개미마을과 같은 서울 곳곳에 남은 산동네 달동네에 남아있으며, 현재 이것들은 가난의 상징이 되었다.

개미마을도 현재는 재개발을 기다리는 처량한 신세가 된 셈이다.

심지어 이러한 빈촌이 재개발되더라도 기존에 살던 시민들은 재화가 부족해서 재건축된 건축물에 주거권을 획득하지 못 한다.

말 그대로 이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재개발에 내어주고 쫓겨나는 셈이다.

여기에서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재개발을 하면서 발생하는 이득은 과연 누구에게 돌아가며 누구를 위해서 재개발하느냐는 것이다.


이러한 도시 개발은 장기적으로 어떻게 될까?

필자는 장기적으로 은마아파트처럼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79년 건설된 은마아파트는 아직 50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 이미 사람이 살기에는 부적합한 수준의 노후화를 보여준다.

재개발을 기다리며 보수를 하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그렇다 해도 100년을 바라보고 건설하는 콘크리트 건축물이 40년이 채 안 되어 이 정도로 낙후된다면

현재 활발히 건설되는 아파트들 역시 50년 후에 어떻게 될지 장담하지 못 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70년대 초 활발히 만들었던 슬레이트 지붕 가옥들 역시 30년 이상 갔다고 보기 힘들테니, 100년이고 200년이고 사용하는 서양의 주거 문화와 빗대어 우리에게는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사실 앞에 말한 것처럼 재개발을 하면서 발생하는 이익을 얻기 위해서 이러한 개발 사업을 지속하는 이유도 있다.

그래서 지가가 높은 서울에서는 계속해서 용적률을 높이는 개발 사업을 지속하는 것이고, 상대적으로 지가가 낮고 유휴지가 많은 지방에서는 새로운 신도시 개발사업을 지속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 덕분에 구시가지는 버림받거나, 작은 마을에 남아있던 노인들조차 죽으면 마을이 소멸하게 되는 셈이다.

필자가 참여하고 있는 재정비사업의 내용을 살펴보면, 현재 다양한 자재들을 거래하는 을지로3가 역시 현재의 모습을 모조리 싹 지워버리고 20층 이상의 고층 건축물을 짓도록 계획되어 있다.

이러한 내용은 개인의 계획이 아니라 서울시의 도시 개발 지침인 셈이니, 결국 이러한 방향성은 국가에서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재밌는 점은 단순히 이러한 재개발을 반대해야 한다는 점이 아니라, 이 과정에서 누가 이익을 보느냐는 점이다.

먼저 설계사와 시공사, 사업 시행자에게 이익이 돌아간다.

물론 이것들은 노동에 대한 대가이긴 하지만 어쨌든 재개발 사업의 1차 수혜자인 셈이다.

두번째는 입주자들에게 이익이 발생하는데, 우리는 이것을 부동산 시세차익이라고 부른다.

물론 최초 분양자(이후 입주자)들에게 돌아간 시세차익은 정당하다고 보는 입장도 있지만, 시세차익을 노린 부동산 투자를 투기라하여 사회적으로 비윤리적 행동으로 규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세차익을 노린 부동산 투자를 안 하면 바보 혹은 벼락거지가 되는 것이 현재 이 나라의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전국민이 혈안이 되어 부동산 투기에 눈이 멀어있고, 여기에 덧붙여 주식시장은 정부와 재계가 손을 잡고 개미지옥을 만들어놓았기 때문에 우리 부모세대들은 자녀들이 주식한다하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말리고, 부동산 투자를 하라고 권하는 그런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부동산 투기는 모럴 해저드라는 그럴듯 한 이유를 내세워서 부동산 투기 과열 해소라는 명분으로 부동산 시세 차익에 대해 중과세를 매기는 것도 가능해졌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정부도 웃게 되는 것이 바로 이 부동산 개발이라는 거다.

(여담의 여담이지만, 우리나라 같은 주식 시장 환경에서 주식에 투자하라고 권유하는 놈들은 진짜 저잣거리에 매달아야할 정도로 비양심적인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아메리카노 사먹을 돈도 주식에 투자하라고 하던 그 치 있잖은가. 국내 주식시장 사정을 잘 알수록 이런 불공평한 판에 돈을 넣으라는 소리는 사기꾼이나 할만한 소리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여튼, 나라의 향방이 이렇게 되어버린 것도 그저 단순히 그러고 싶어서는 아닐 거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우리나라가 가진 지정학적 특성 덕분에 스스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런 방법 밖에 없다는 것 아닐까...하는 점이다.

우리 나라 산업을 대략 살펴보면 외화를 벌어오는 산업이 그다지 많지 않다.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의 반도체 산업이 있고, 철강업이나 조선업 정도, 그리고 자동차 산업 정도...

스마트폰 제조사도 1개로 줄어든 셈인데, 개인적으로 삼성전자의 스마트기기의 경쟁력을 그다지 높게 평가하지 않는데다 이러한 점은 이미 시장의 평가가 끝났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시장점유율이 국내로 국한되어 있고, 해외 시장에서 선방하고 있는 제품은 마진이 거의 없는 제품들만 팔리고 있는 셈이다.

애플과는 아주 대조적인 상황이고, 삼성전자의 경쟁자는 애플이 아니라 중국의 저가폰 제조사들인 셈이다.


여기서 이번 할로윈 참사와도 엮어볼까 하는데, 나는 젊은이들이 할로윈 행사에 환장하는 이유가 이런 우리나라 저변에 깔린 환경에 기반했다고 보는 입장이다.

일부 꼰머들은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할로윈을 이렇게 챙겼느냔 식으로 불만스레 이야기하는데, 결국 이런 분위기는 전통과 과거를 아주 쉽게 버려버리는 우리나라의 문화적 특징에서 기인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 전통복식은 버렸고, 전통 명절은 고리타분한 것들 뿐이니

젊은 친구들에게 어떤 복장을 해도 용인되는 이 할로윈이라는 행사가 주는 해방감이 어떨지 상상이나 해보았을까?

우리도 버리기 쉬웠는데 우리 아이들은 얼마나 더 쉬웠을까?

밖에서 온 문화를 받아들이기는 얼마나 더 쉬웠을까?

우리가 가진 것들을 모두 쓸어버리고 그 무덤 위에 근본도 없는 아파트와 빌딩들을 세우는데만 열중하는데 사회 어디에 우리의 것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생기겠느냔 이야기다.

명절이 되면 전통 복식을 입고 전통적인 행사를 하는 일본과도 상당히 대비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이 온양민속박물관은 우리 과거가 묻힌 무덤인 셈이다.

사실 여기 전시된 물품에 대해서 개별적인 코멘트를 할만한 것은 하나도 없다.

사진만 보고 넘어가고, 가서 구경하실 분들은 하시길 바란다.

 


중간에 이렇게 단차를 극복하는 램프가 있다.

천장에 붙은 옆으로 긴 창문이 낯이 익다.

 


2층에 작은 발코니 같은 복도가 존재해서 각 전시관으로 이동하거나 다시 아래로 내려갈 수 있도록 동선을 유도한다.

로비 공간을 모두 조망할 수 있다.


아마 이 모습을 기억한다면 다른 박물관 같은 곳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고벽돌의 텍스쳐가 주는 느낌이 각별하다.

자세히 보니 붉은 벽돌은 일반 벽돌이 아닐까 싶다.

 

 

 

 

 


전시를 모두 관람하고 다시 1층 로비로 내려왔다.

요철로 마감된 벽면에 조명과 석상의 구성이 좋다.


정문의 손잡이도 독특한 제품을 적용했는데, 무늬에 검정색이 모두 지워진 것 같다.

건축물의 마감재를 선정할 때는 가급적이면 반영구적인 소재를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사람의 손이 닿으면 금새 망가지는 것이 이 재료들이다.

검정색이 지워지지 않는 디테일을 만들기가 어려웠을까?

무늬를 파고 뒤에 검정색 소재를 댔다면 추가적인 보수가 필요없는 손잡이가 되지는 않았을까?


온양민속박물관의 전체적인 감상은 무지 감동을 주는 건축물은 아니었지만, 흠잡을 데도 없는 그야말로 교과서 같은 건축물이 될 것 같다.


온양민속박물관은 건물 뿐만 아니라 주변 가드닝도 잘 꾸며져 있다.

짧은 경로라도 산책하며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다.


필자에게 조금 불만이 있다면 제발 이런 전통 건축 양식 건축물을 콘크리트 덩어리로 만들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목재로 지어진 건축물은 정기적으로 보수를 해야 하기에 부담스러운 것을 인정한다만, 그렇다고 해서 전통건축물의 목재를 콘크리트로 교체한 건물을 짓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흉물스럽다.


흉물스런 건물을 지어놓고 출입금지를 하는 것은 무슨 심보인건지...


끔찍하다.

최소한 재해석한 건축물을 짓던지...



2. 온양민속박물관 별관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답사 전에 나는 약간 혼란스러웠는데...

온양민속박물관은 김석철 건축가가 지었다고 하더니, 다시 온양민속박물관은 이타미 준이 설계했다고 하고...

이 때문에 약간 혼란스러웠던 거다.

알고 봤더니, 작은 별관을 이타미 준에게 설계를 맡긴 것이었다.

전체적인 인상은 형태적으로 더 기하학적이며 아름다워 보인다.

재료는 기와와 벽돌을 조합해서 전통적인 재료도 사용하고, 기존 건축물인 본관과의 조화도 고려한 듯 하다.

 


로비에는 이타미 준의 아이디어 스케치와 입면도, 단면도가 전시되어 있다.

소소하게 기념비적이다.

 


전시는 그때그때 다른 듯 한데, 특별전시관으로 운영되는 듯 하다.

 


가운데 공간 대공간과 좌우의 작은 공간이 존재한다.

강누데 공간에는 또 두 개의 타워가 존재하고 우측에 타워는 계단이 있다.

2층에는 별다른 공간이 없고, 지붕을 유지관리하는 정도의 목적 밖에는 없어보이는데, 그럼에도 계단실도 상당히 아름다운 형태로 만들어 놓았다.


목재 트러스구조의 지붕으로 만들어졌다.

 

 


타워 내부의 천장은 이렇게 목재로 마감되었다.


타워 내부를 모두 같은 형태로 해도 좋았을 듯 한데, 조금 아쉽기도 하다.


계단실 하부는 자갈을 깔았고 상부에서는 자연광이 유입되고 있다.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이 뭐가 있는지 궁금해 하고 있다.

 

 

 



3. 카페

별관의 전시를 보고 나면, 앞에 카페가 있다.

온양민속박물과 달리 별도의 출입구를 가지고 있어서 굳이 관람을 하지 않아도 카페를 이용할 수 있는구조였다.

더 좋은 것은 이 예쁜 가든에 앉아서 커피를 즐길 수 있다는 거다.


이렇게 작은 휴식 공간은 예약제로 운영되고 2시간 간격으로 예약할 수 있다.

마침 자리가 비어서 잠시 앉을 수 있었다.


카페 실내도 상당히 예쁘다.


산딸기 머시기 케잌이었는데, 넘 맛있게 먹었다.



0. Epilogue

이렇게 온양민속박물관 답사를 마무리 한다.

거리가 조금 멀어서 그렇지, 지역 주민들에게는 참 좋은 문화적 장소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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