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적인 Zootopia
사무실에서 쓸 밀폐형 헤드폰 고민 본문
0. Prologue
사무실에서 쓸 헤드폰을 장만했다.
꽤 격렬하게 고민 끝에 결정했는데
후보군은 다음과 같다.
베이어다이나믹 T5 3rd Generation
베이어다이나믹 DT-1770 Pro
베이어다이나믹 Amiron Wireless Copper
오디지 LCD-2 Closed Back
오디지 LCD-XC 카본
이 정도인 듯 하다.
선정 기준은 유선타입/밀폐형/가격대 100만원 내외이다.
1. 리서치
보통 헤드폰 추천해달라하면
오픈형 밀폐형 잘 구분을 안 해놓고 막 섞어서 추천하거나
아니면 오디오 마니아답게 각잡고 무릎꿇고 음악감상 할 때 누가 건방지게 밀폐형 쓰냐고
무조건 오픈형을 기준으로 이야기하는 바람에
밀폐형 중에서 좋은 제품을 고르기가 무척 어려웠다.
200~300만원 대 혹은 더 고가 모델로 가면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지만 돈 있다고 다 쓰면 어떡하냐.
헤드폰 사면 DAC도 사야하고 앰프도 사야하고 DAP도 사야하고 오픈형도 사야하고 평판형도 사야하고 블루투스 모델도 사야하고 이어폰도 사야하고 TWS이어폰도 사야하니 적정선에서 타협을 볼 수 밖에 없다.
젠하이저 HD820 같은 것들이 좋다지만 꽤 비싸고, 사무실에서 쓰기에 과하다는 느낌도 있고...
DT880 250옴도 좋다는 평이 참 많은데 얘는 세미오픈형이라 오피스 용도는 아닐 듯 하다.
2. 포칼 라인업은 제외한 이유
포칼의 밀폐형 신제품들(셀레스티, 래디언스) 같은 경우에는 가장 추천이 많은 라인 중 하나였는데
이미 클리어를 쓰고 있는 입장에서, 아무리 셀레스티니 래디언스니 좋다고 난리를 쳐도 그다지 손이 가지는 않았다.
일단 디자인이 원툴이라는 것도 추가적인 포칼을 들이는데 심리적 저항이 있었고
엘레지아가 밀폐형이었지만 누음이 있었던 기억도 있고, 소리가 그다지 맘에 안 들었던 것도 있고...
포칼 헤드폰은 400그람(430~450g)이 넘는 무게라 목에 부담을 주는 편이긴 하다.
야근할 때 들으려고 사는건데 힘든 상황에서 목에 부담을 주면 피로감만 늘어나니 무게도 중요한 팩터인 것이다.
3. 다른 브랜드들은?
여하튼 사는 김에 다른 브랜드를 경험하고 싶다는 다양한 심리가 작용했는데
내 주관적인 의견이지만, 프리미엄 헤드폰들 디자인이 형편없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검토했던 브랜드들은 오디오테크니카, 울트라손, 메제, 오디지 등이었고
내 취향상 구매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디자인은 거의 없었다.(하이엔드 라인업 제외하고)
그나마 베이어다이나믹이 디자인이 정갈하니 단정한 느낌이 좀 있고,
4. 평판형 헤드폰 오디지를 거른 이유
오디지 같은 경우에 LCD-2 Closed Back이 괜찮은 편이었는데 오히려 지금은 단종된 구형 디자인이 너무 가지고 싶다.
매트란 블랙 곡면에 강렬하고 날카로운 흰색 라인은 상당히 아름답고 기하학적이다. (오디지의 A를 상징하는 듯)
헤드폰 측면에 모델 이름이나 브랜드 이름 중간에 박는거 좀 구린 듯...
구형은 디자이너가 디자인 한 것 같고 신형은 엔지니어가 그냥 귀찮아서 아무렇게나 제출한 안이 채택된 느낌이다.
심지어 폰트 고민도 안 한 듯
여튼 오디지는 xc이든 2이든 거른 이유는 각각 700g, 600g에 달하는 무게이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이제 음악감상이 아니라 형벌 정도 되는거다.
각각 임피던스가 20옴(xc), 70옴(2) 정도이고 가격대도 한번쯤 도전해볼만 해서 손가락이 근질거렸는데, 무게에서 좌절했다.
5. 베이어다이나믹으로 결정한 이유
헤드폰 명가 베이어다이나믹은 사실상 국내에서 위상은 거의 추락한 듯 한데, 애초에 3세대까지 출시한 T1과 T5 라인업이 32옴으로 출시하면서
하이엔드 유저들이 아닌 대중들을 타겟으로 돌린 것이 아니냐는 인상을 준데다 기존 하이엔드 유저들의 소리 성향 니즈를 채우지 못 한 탓인지 거의 외면 당한 듯 하다.
T5 3rd 같은 경우 후기글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하위 라인업에서는 그나마 DT-1770 Pro 정도가 있고 현재 약 60만원 선에서 판매되고 있다.
T5 3rd 같은 경우에는 110만원 중반대에 판매되고 있다.
무게는 T5가 360g, 1770 Pro가 388g이라 대동소이한 수준인데
결정적인 차이는 임피던스가 각각 32옴(T5), 250옴(1770)인데
이 두 모델을 쉽게 표현하자면(들어보지도 못 한 주제에)
두 모델 모두 아웃도어가 가능한 밀폐형 헤드폰으로 T5 3rd는 펀사운드 성향, 1770은 플랫한 모니터링 성향이라는 듯 하다.
좀 더 세밀하게 구분하자면 T5 3rd는 모바일 기기 직결을 염두에 둔 인상을 준다. (아무리 그래도 250옴은 핸드폰 직결로 듣기에는 무리가 있다.)
언급은 안 했지만, Amiron Wireless Copper 같은 경우는 아예 아웃도어 블루투스 헤드폰이라 계를 달리한다.
이 정도 디자인의 헤드폰이 후속으로 나오면 살 의향이 있다.
여하튼 이 시점에서 무지 고민했는데, (베이어다이나믹 중에서) 밀폐형 끝판왕인 T5로 갈 것이냐 아니면 적당히 타협하는 1770으로 갈 것이냐...
결국 저렴한 가격에 250옴을 경험하고자 1770으로 결정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현재 사용 중인 HD600과 클리어를 놓고 보더라도 HD600이 전혀 밀리지 않는다는 느낌이라 한번 걸어보기로 한 것이다.
애초에 하이엔드 제품이 32옴인 것도 맘에 안 들긴 했다.
그럴거면 비싼 DAC며 뭐가 필요하겄나...
(1770이 누음이 있다는 얘기가 있는데 가죽패드를 같이 줘서 한번 믿어보기로 한다.)
이번 주말에는 1770 소리를 감상해봐야겠군.
과연 여기서 내가 T5의 소리까지 궁금해질지는 의문이다.
0. Epilogue
현재 심정은 LCD-2나 XC의 소리가 궁금하긴 하다.
혹은 HD820이라던지...
아 디자인 너무 구려 젠하이저...
젠하이저는 진짜 디자인을 할 때 "정말 음향 기술에 올인 한 것 처럼 보이게" 디자인 하는 방법을 아는 것 같단 말이지...
못 생긴 애들보고 공부 잘 하게 생겼다는 거랑 비슷한거 아닐까.
여하튼 요 며칠 나의 의식의 흐름을 기록하였다.
결국 베이어다이나믹 DT 1770 Pro로 구매했습니다.
후기는 여기서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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